작년 6월까지 ‘해고자 복직’ 약속
경영여건 어렵다며 차일피일 미뤄
희망자 167명 중 현재 37명만 채용
쌍용차, 16명에게만 면접 통보
대상자 집단 거부로 갈등 커져
지난 13일 오후 7시, 쌍용차 해고자인 김정우 전 지부장은 회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15일 오전 채용 면접을 보러 오라는 내용이었다. 햇수로 10년째 접어든 해고자 생활이 끝날 수도 있음을 의미했지만 그의 아내는 “어차피 안 뽑을 거면서 왜 또 오라는 거야?”며 시큰둥했다. 벌써 4번째 복직 면접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측이 모든 해고자가 아닌 일부 해고자에게만 면접 일정을 통보했다는 것을 알게된 후 그는 전혀 기뻐할 수 없었다. 김 전 지부장은 “해고자들끼리 갈라지게 하려는 술책인 거 같아 울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2009년 쌍용차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진 지 10년째를 맞고 있지만 해고 근로자들에게 기약 없는 ‘희망고문’만 이어지고 있다. 복직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가운데 회사가 일부 해고자에게만 면접을 통보하자 대상자들이 집단 거부하는 등 갈등의 골은 다시 깊어지고 있다.
15일 오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전 지부장 등 면접 통보를 받은 16명은 “힘들게 싸우고 있는 동료들의 어깨를 밟고 지나가야 하는 것이라면 ‘나만’을 거부하고 ‘함께’를 택하겠다”며 “‘들러리 복직’을 사양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쌍용차는 2009년 경영난으로 전체 인력의 37%인 2,646명을 해고했다. 지난한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이 사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희망이 사라질 뻔 했지만 2015년 9월 근로자들의 인도 마힌드라 그룹 본사 원정 방문을 계기로 그 해 연말 극적 합의가 이뤄졌다. 해고자 등에 대해 신규인력 수요가 있을 때 단계적으로 채용하며 2017년 상반기까지 전원복직이 이뤄지도록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체 복직 희망자 167명 중 지난해까지 37명만 복직이 이뤄졌을 뿐 나머지 인원에 대한 소식은 요원했다. 급기야 지난해 12월 해고자들이 2번째 인도 원정을 떠났고 다시 교섭 창구가 열렸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쌍용차지부 측은 시한이 포함된 전원복직 계획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지난해 653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등 경영 여건이 어려워 시한을 못박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012년, 13년, 15년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세 차례 총 71일의 단식을 한 바 있는 김득중 쌍용차 노조지부장은 지난 1일부터 4번째 단식에 돌입했다.
지난 13일 사측이 총 26명에 대한 채용 계획을 일방적으로 밝히고 과거 노사 합의에 따라 채용 인원의 30%인 8명의 해고자 채용을 위해 15일 2배수인 16명의 면접 일정을 강행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 평택의 하청업체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는 해고 근로자 이현준(53)씨는 “회사 측에서 일부만 따로 면접하려고 해 탐탁치 않았다”며 “이전에도 3번이나 2배수 면접 후 떨어뜨려 놓고 또 부른 거라 가족에게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쌍용차 측은 이날 쌍용차지부에 공문을 통해 “(면접 거부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총력 매진하고 있는 모든 임직원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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