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농민 살던 보성 집 방문했으나
아들과 지인 만나고 20분 만에 발길 돌려
이철성 경찰청장이 15일 전남을 방문, 고 백남기 농민의 부인과 면담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이 청장의 뒤늦은 사과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청장은 이날 낮 12시 20분쯤 백 농민이 생전 살았던 전남 보성군 소재 집을 찾아 백 농민 부인을 만나려 했으나 이 청장이 도착하기에 앞서 집을 비우면서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백 농민 부인은 사전에 이 청장 측에 만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백 농민 자택을 찾은 이 청장은 대신 집에 있던 백 농민 아들과 권용식 보성농민회장 등을 만나 20분 후 발길을 돌렸다.
이 청장은 집 밖을 나서며 “아직 마음이 안 풀리신 것 같다”며 “광주ㆍ전남 방문 일정을 고려하면 오늘이나 내일 중 다시 찾아 뵙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이 청장은 지난해 10월 추석연휴 기간에 경찰 간부들과 백 농민이 안장된 광주 망월동 5ㆍ18 구묘역을 찾았다.
백 농민은 강신명 전 청장 재임 시절인 2015년 11월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뒤 이듬해 9월 25일 숨을 거뒀다. 이 청장은 약 9개월 후인 지난해 6월 16일 경찰개혁위원회 출범식에서 “2015년 집회시위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고 백남기 농민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함께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경찰 조직 차원에서 최초로 사과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백 농민 유족 측은 “최소한 유족을 만나는 시도라도 해야 했는데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며 “진정성 없는 ‘원격 사과’”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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