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등 지원책 발표할 때
‘컨트롤타워’ 침묵으로 일관
“이럴 거면 위원회 필요한가”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와
문재인 정부가 ‘청년 일자리대책’을 내놓은 15일 정작 일자리정책의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일자리위)는 입 한번 뻥긋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 각 부처가 관련 대책을 쏟아내는 가운데 침묵을 지키며 들러리 역할만 했다. 이럴 거면 일자리위를 굳이 유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벌써부터 나온다.
이날 청와대에서의 청년 일자리대책 보고대회 겸 5차 일자리위원회 회의를 주도한 것은 기재부였다. 회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청년 일자리대책의 필요성’을 보고한 후 각 부처의 장관들이 구체적인 지원책을 발표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일자리위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전날인 14일 기자들 대상으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대책 사전 브리핑에서도 일자리위의 존재감은 드러나지 않았다. 장신철 일자리위 부단장이 자리하긴 했지만, 주요내용 설명은 물론 질의응답도 기재부와 고용부에서 도맡았다. 문 대통령이 1월 25일 청년일자리점검회의에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자마자 같은 달 30일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이 전면에서 후속대책을 발표하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 이 부위원장은 “일자리위 주관으로 국가 차원의 청년일자리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제5차 일자리위원회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지난달 광주시장 출마를 위해 사임했다.
일자리위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내린 1호 업무지시로 야심차게 출범했다. 정부와의 대화에 참여하지 않던 민주노총도 노동위원으로 전격 합류하며 복합적인 노동 현안을 논의하는 ‘용광로 위원회’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출범 1년이 다가온 지금의 성적표는 부진하기 그지없다.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 증가 폭이 8년만의 최저 수준인 10만명대로 주저앉아 ‘재난’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각종 일자리 지표가 곤두박질치는 사이 수장까지 잃으며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2월 이후에는 일자리위 산하 전문위원회도 한번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로시간제가 통과될 때 특례업종으로 유지된 보건업 관련 대책을 일자리위의 분과에서 논의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고 푸념했다.
일자리위가 ‘직속’이라는 이름의 무게에 비해 수명은 길지 못했던 과거 대통령직속 위원회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하기 위해선 부위원장 자리를 서둘러 채우는 것이 시급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각 부 장관은 물론 노동계, 재계까지 아우르는 상징성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면서 “가뜩이나 지방선거까지 겹치는 바람에 마땅한 인물이 없다”고 인력난을 호소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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