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5년 연구 기술 공개
초보자 게임 돕고 상대도 찾아줘
“게임 넘어 ITㆍ콘텐츠에 적용”
넥슨, AI 연구인력 300명으로 확대
넷마블도 AI센터 본격 가동
‘기계처럼’ 똑같은 기술로 단조롭게 공격해 오던 게임 캐릭터(NPC, Non-Player Character)가 인공지능(AI)을 만나 달라졌다. 마치 사람이 플레이하듯 멀찍이서 배회하며 나를 탐색하기도 하고, 내 공격 패턴에 대응해 자신의 싸움 방법을 바꾸기도 한다. 이용자는 NPC의 규칙을 읽어낼 수 없어 더욱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AI는 초보자가 게임에 적응하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이용자가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 ‘여기서는 이렇게 플레이해 보세요’라고 가이드를 제시해주는 식이다. 이용자 수준에 맞는 상대를 찾아주거나 균형 맞는 리그를 만들어주는 것에도 AI 기술이 적용된다. AI 기술은 게임을 넘어서서 개발자가 단순 노동을 벗어나 효율적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엔씨소프트는 15일 경기 성남시 엔씨소프트R&D센터에서 ‘NC AI 미디어 토크’ 행사를 열고 인공지능(AI) 기술 연구ㆍ개발(R&D) 현황과 비전을 밝혔다. 게임 회사가 AI 기술 연구 과정과 성과를 대중에 공개하는 것은 엔씨소프트가 처음이다. 지난달 김택진 엔씨소프트 글로벌 최고경영자(CEO)가 내부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한 행사에서 “NC소프트는 AI가 데이터를 배우고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로 나아갈 것”이라고 방향성을 밝힌 이후 구체적 성과를 공개한 것이다.
2011년 시작된 엔씨소프트의 AI 연구는 2012년 ‘AI 랩(Lab)’이 설립되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이재준 AI센터장은 “대학원 연구실처럼 공부하고 성장하고 실패하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도입하고 싶어 ‘랩(실험실)’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규모가 점점 커져 현재 AI센터와 NLP(자연어처리)센터를 주축으로 산하에 5개의 랩과 TF가 운영되고 있다. 소속된 AI 전문 연구 인력이 100여명에 달하고, 서울대 카이스트 등 국내 AI 분야 연구실 12곳과 산학협력도 맺고 있다. 이 센터장은 “앞으로 AI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맞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AI 개발을 게임 분야를 넘어 정보기술(IT) 분야 전체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 센터장은 “게임은 데이터가 많이 쌓이고 이용자가 다양해 AI 기술을 적용하고 연구할 수 있는 최고의 분야”라면서 “게임에서 개발한 AI 기술을 기반으로 우리는 콘텐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질문에 대답하는 수준인 AI가 앞으로는 먼저 말을 걸어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적극적인 콘텐츠 제공자로 성장하게 된다.
AI 분야에 수많은 연구인력을 투입하고 있는 게임 회사는 엔씨소프트뿐만이 아니다. 엔씨소프트와 함께 게임업계 ‘빅3’로 불리는 넥슨과 넷마블게임즈에서도 AI 센터를 만들고 기술 개발과 적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AI를 연구하던 분석본부 명칭을 ‘인텔리전스랩스’로 바꾸고 올해 연말까지 300명 규모 조직으로 키울 계획이다. 넥슨 인텔리전스랩스에서는 불법 프로그램 탐지 기술이나 이용자 이탈 방지 기술, 접속 이용자 숫자에 따라 자동으로 인원이 배치되는 기술 등이 연구되고 있다. 넷마블게임즈는 2014년 이용자 개인에 맞춤형 게임서비스를 제공하는 ‘콜럼버스’ AI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용자 패턴을 분석해서 게임을 추천하거나 이벤트를 적용하는 식이다. 넷마블은 이달 6일 AI센터를 새로 열고 미국 IBM 왓슨연구소 출신 이준영 박사를 센터장으로 선임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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