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P파리바 오픈 8강 진출
페더러와 2개월 만에 재격돌
발바닥 물집 기권패 설욕 찬스

“최고의 몸 상태로 경기하지 못하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에 기권했다.” -정현
“정현은 톱10에 충분히 들 수 있는 정신력과 체력을 갖췄다.” -로저 페더러
지난 1월 호주오픈 준결승에서 페더러(37ㆍ1위ㆍ스위스)를 만난 정현(22ㆍ랭킹 28위)은 걸을 수도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발바닥 물집 때문에 2세트 도중 기권했다. 노바크 조코비치(31ㆍ13위ㆍ세르비아), 알렉산더 즈베레프(21ㆍ5위ㆍ독일) 등 최정상급 상대를 잇달아 격파한 정현이 ‘역사상 가장 완벽한 테니스 선수’라 불리는 페더러를 맞아 어떤 경기를 펼칠지 전 세계 테니스팬들의 관심이 쏠렸지만, 안타까운 결과에 탄성만 흘러나왔다.
허무하게 끝난 첫 대결의 아쉬움을 달랠 기회가 왔다. 정현과 페더러가 2달 만에 다시 맞붙는다. 둘은 16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웰스에서 열리는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BNP파리바 오픈 8강에서 격돌한다. 사상 두 번째 맞대결이다.
정현은 몰라보게 성장했다. 호주오픈 이후 국내로 돌아와 발바닥 치료에 전념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는 23번 시드를 배정받아 높아진 위상을 뽐냈다. 호주오픈을 포함해 5개 대회 연속 8강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첫 번째 맞대결 당시 정현은 랭킹 58위였고 지금은 28위로 급성장했다. 니시코리 게이(29ㆍ일본)를 뒤로 밀어내고 23위 자리도 확보한 만큼 아시아 최고라는 자존심도 걸려있다. 김남훈 현대해상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강호 토마스 베르디흐(33ㆍ15위ㆍ체코)를 손쉽게 제압하는 등 호주오픈 이후 안정되고 성숙된 테니스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페더러는 누구나 인정하는 ‘테니스 황제’다. 메이저 대회 통산 20승, 일반 투어 대회 97차례 정상에 올랐다. 지금 당장 은퇴해도 이상할 것 없는 나이지만 올해 치른 15경기에서 단 한차례 패배도 기록하지 않았고 36세트를 따내는 동안 3세트만 내줬다. 페더러 역시 물러설 수 없다. 이번 경기에서 지면 라파엘 나달(32ㆍ스페인)에게 랭킹 1위 자리를 빼앗기기 때문이다. 페더러는 “정현을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지만 정말 멋진 친구다. 신중하고 침착하다”고 평가했다.
정현이 현역 세계 1위와 붙는 건 이번이 세 번째다. 2016 호주오픈에서 조코비치, 지난해 10월 파리 마스터스에서 나달과 만났지만 한 세트도 따내지 못 했다. 정현은 지난 호주오픈 페더러와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 “다음에는 페더러 같은 선수들을 상대할 때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더 강해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경기에서 정현이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차세대 선두주자로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된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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