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낙하산… 조직 신뢰 상실”
노조, 사퇴 안하면 이달말 총파업
간부ㆍ변호사도 보직 내놓고 동조
이사장, 특별감사 요구 강경대응
법무부는 다음주 감사 착수키로

경제적 약자를 위해 전국 단위에서 무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률구조공단이 이사장 진퇴를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노동조합에 이어 일반직 간부와 소속 변호사까지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자 이사장 측이 간부들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청하는 등 공공기관에선 전례 없는 파행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다 못한 법무부가 다음주 초부터 공단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법률구조공단 노동조합이 지난달 21일과 22일 이사장 사퇴와 일반직 차별 철폐 등을 내걸고 창립 30년 만에 파업을 진행하고, 이달 말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일반직 3급 이상 간부 25명 전원과 일반직 4급 팀장 38명이 각각 9일과 12일 이사장의 사퇴 요구와 함께 자신들의 보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사퇴요구서를 통해 “서민법률복지증진이라는 본래 사명에 매진할 통합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현 이사장 체제는 한계가 노정됐으니 자리에서 물러나 달라”고 밝혔다. 14일에는 공단 변호사 90여명이 법무부에 이사장 해임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이헌 이사장이 ‘박근혜 정부 낙하산 인사’인 데다 조직 내 신뢰를 상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보수성향 변호사단체인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대표 출신으로, 2015년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 추천으로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2016년 5월 이사장에 취임했고 임기는 3년이다.
군복무 대체 중인 공익법무관(171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공단 전 직원이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는 게 노조 쪽 얘기다. 정효균 법률구조공단 노조위원장은 “사퇴를 요구한 간부들에게 ‘이사장에 대한 신뢰와 복종 등의 내용을 담은 경위서를 제출하라’는 등 비상식적인 조직 운영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사장 측은 13일 법무부에 이사장 사퇴를 요구한 일반직 간부 63명에 대해 특별 감사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강경 대응하고 있다. 이사장 측은 “집단 항명으로서 공단 조직 기강 확립 및 업무 정상화를 위해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이번 사태 본질은 일반직과 변호사 직군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라며 “취임 후 이 문제를 해결하려 나섰다가 오히려 양쪽에서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와 간부들 모두 그만둬야 하는 타당한 이유를 대지 못하고 있다”며 “주무부처인 법무부 감사를 통해 시비가 가려지면 사태가 수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독립성 보장을 위해 개입을 최소화해 왔지만 사태가 악화되고 있어 공단 업무 수행이 가능할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다음 주 초부터 공단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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