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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같은 손그림… 車렌더링에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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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같은 손그림… 車렌더링에 시선집중

입력
2018.03.15 16:4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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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더K9, 쌍용 티볼리 등

시판 앞서 아이디어 스케치 공개

보이지 않는 부분 상상하게 하고

고급스런 느낌 전달해 관심 높여

소비자 반응 미리 살피는 효과도

기아차가 15일 공개한 플래그십 세단 ‘더(THE) K9’ 실내 모습이 담긴 렌더링은 디자이너가 경쾌하게 스케치하는 그림 작업을 옆에서 지켜보는 느낌이다. 센터페시아부터 도어트림까지 연결된 부분은 완성된 그림에 가깝다. 반면 도어와 시트는 이제 막 윤곽선 작업을 마친 듯 간결하지만, 시트의 손바느질 느낌, 스피커의 작은 구멍이 강조돼 고급스런 느낌을 더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더 K9의 내부는 기아의 기함답게 삶의 영감을 풍성하게 하는 공간으로 구현하려고 했다”며 “오너드라이버를 위한 차량 중 최고의 인테리어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자동차 업체들이 수년간 공들여 개발한 신차 시판을 앞두고, 미리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렌더링’ 사전 공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렌더링(rendering)은 디자이너가 떠오른 영감을 종이에 빠르게 그린 스케치로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 신차 개발이 진행된다. 이처럼 원래 신차 개발 초기에 필요한 작업이었지만, 최근 들어 완성 단계의 신차를 전면 공개하기 전에 그 차의 매력을 강조하고, 소비자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한 도구로 ‘렌더링’이 사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손으로 그린듯한 렌더링은 양산 차지만 일일이 장인의 손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을 주고, 보이지 않는 부분을 상상하게 만들어 소비자의 기대감을 최고조로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4월 출시를 앞둔 더 K9의 경우 6년 만에 완전 변경되는 모델이어서, 기아차가 총력을 다해 개발한 최고급 모델이다. 현대차 제네시스에 비해 브랜드 이미지가 다소 약하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렌더링에 더 정성을 기울였다. ‘휴식을 취하며 영감을 얻는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검은색 바탕에 차 측면부 실루엣만 살짝 보이도록 만든 맛보기 영상(티저)을 지난달 20일 공개한 데 이어, 이달 7일에는 ‘응축된 고급스러움과 품격의 무게’라는 의미를 담은 전면ㆍ후면부 모습을 스케치한 렌더링을 공개했고, 이날 실내 모습까지 연쇄적으로 공개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1세대 K9이 우수한 주행 성능에도 판매량이 저조했던 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감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신형 K9은 소비자의 감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지난달 21일 싼타페 출시에 앞서 렌더링 마케팅을 활용했다. 1월 25일 검정 바탕색에 심플하고 날렵한 측면 캐릭터 라인만 보이도록 한 렌더링을 공개한 이후 닷새 만에 전면ㆍ후면부 모습이 모두 담긴 랜더링을 추가로 선보이며 사전계약에 들어갔다. 이미지가 공개되자 “제발 렌더링처럼만 출시되길”이라는 반응이 나왔고, 실제 이달 9일 기준 계약건수가 2만2,000대를 돌파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렌더링 효과가 입증되자, 현대차는 완전변경에 준하는 신차를 내놓을 때만 하던 렌더링 마케팅을, 지난해 부분변경인 쏘나타 뉴라이즈에도 적용했다.

쌍용차도 ‘2018 제네바모터쇼’에 출품한 EV 콘셉트카 ‘e-SIV’공개에 앞서 렌더링을 먼저 내놓고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의지와 청사진을 제시한 차”고 소개했다. 쌍용차는 G4렉스턴, 티볼리 등 최근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 모두 프로젝트명과 함께 렌더링을 공개하며 관심을 높인 이후, 외부 실루엣이 담긴 렌더링, 차명, 그리고 실물을 공개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르노삼성차도 2016년 중형세단 SM6 출시에 앞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실물과 거의 비슷한 SM6 렌더링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 개발 초기 전문가끼리만 공유하던 렌더링을 일반인에게 공개해 신선함을 주는 동시에, 새로 출시할 차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미리 살피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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