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
최강 캐나다에 결승 진출 막혀
이 악물고 17일 동메달 결정전
‘빙판의 메시’로 불리는 한국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 에이스 정승환(31ㆍ강원도청)이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그는 15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 동계패럴림픽 준결승에서 최강 캐나다에 0-7로 져 결승 진출이 좌절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울음을 참느라 한참을 돌아서 있었다.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취재진 앞에 섰지만 인터뷰 중간 감정이 차오르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에이스로서 제 몫을 못했다는 자책감이 컸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계속 1피리어드에 잘 안 되고 있다. 내 실수로 실점하는 바람에 죄송하다”며 “그래도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응원해준 분들께 뭐라고 말씀 드릴 수 없을 만큼 감사하다”고 말했다.
평일 낮인데도 경기장은 6,603명의 관중으로 가득 찼다. 1988년 서울올림픽 주제곡 ‘손에 손잡고’가 나오는 가운데 파도타기 응원이 펼쳐졌다. 캐나다 선수들의 강력한 몸싸움에 한국 선수들이 쓰러지고 그들의 날카로운 슈팅에 7골이나 허용했지만 관중들은 끝까지 ‘썰매를 탄 태극전사’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정승환은 13년 전 폐암으로 돌아가진 아버지를 생각해 이번 경기를 꼭 이기고 싶었다. 그는 다섯 살 때 집 근처 공사장에서 놀다가 떨어진 파이프에 깔리면서 한쪽 다리를 잃었다. 아버지는 막내를 혼자 둔 탓에 사고가 났다며 평생 미안해 했다고 한다. 정승환은 2014년 소치패럴림픽 때 아버지에게 메달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7위에 그치면서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4년 후인 평창으로 미뤘다. 이날 캐나다를 꺾었다면 은메달을 확보할 수 있었기에 패배의 아쉬움이 더욱 컸다.
그러나 아직 기회는 있다. 17일 동메달 결정전이 남아있다. 이 경기는 이미 매진됐다. 정승환은 “마지막 경기는 꼭 이기겠다. 반드시 메달을 따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강릉=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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