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트벨트’ 펜실베이니아 보선
민주당 램, 무당파 성향 드러내며
공화당 4선 의원 물리치고 신승
공화당, 트럼프 관계 재설정 골치
민주당은 내부분열 해소 숙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인 펜실베이니아주 연방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로선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됐다. 30대 정치 신예 코너 램 당선인이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를 비판하며 민주당 지도부와 거리를 두는 선거 전략으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이는 11월 중간선거뿐만 아니라 차기 대선의 핵심 승부처인 ‘러스트벨트’ 표심이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 모두에 실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간 선거를 준비중인 접전 지역의 다른 민주당 후보들도 람 당선인 승리에 자극 받아 비슷한 선거 전략을 채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치러진 펜실베이니아 연방하원 제18선거구 보궐선거에서 램(33) 후보는 49.8% 득표율을 기록해 공화당 릭 서콘(60) 후보(49.6%)에 0.2%포인트 앞섰다. 득표 차는 불과 627표였다. 이 지역은 2016년 대선에서 당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20%포인트 차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누른 곳이다. 30대 정치 신예가 트럼프 텃밭 지역에서 네 번이나 주 의원을 지낸 토박이 정치인에게 일격을 가한 것이다.
이번 선거는 11월 중간 선거의 풍향계라는 점에서 전국적 주목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의 준비 부족에도 수입산 철강ㆍ알루미늄 관세 부과 발표를 앞당긴 것도 철강 산업 지대인 이 지역 선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유력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충격적 패배를 당한 지 석 달 만에 다시 싸늘한 민심을 확인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게 반(反) 트럼프 정서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램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TV 광고와 신문 광고 등을 통해 “나는 낸시 펠로시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내가 민주당 지도부의 복제품이란 (서콘 후보의) 주장은 거짓말”이라며 민주당 지도부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서콘 후보 측이 펠로시 대표와의 연계를 집중 공격한 데 대해 자신이 무당파 성향임을 강조하며 반박한 것이다. 이는 러스트벨트 노동자층에서 현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는 의미다.
램 당선인은 아울러 이 지역 노동자 정서에 맞춰 철강ㆍ알루미늄 관세 부과 방침을 지지하면서, 노동조합 권리와 경제적 공정성을 강조했다. 뜨거운 감자인 총기 문제에선 총기 소유의 권리를 강조하는 보수적 입장을 보였다. 사실상 트럼프 지지층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편 것이다.
온라인 정치매체인 폴리티코는 선거 결과가 나온 후 다수의 민주당 출마 후보자들을 접촉한 결과, 이들이 램의 전략을 유심히 관찰했으며 이를 채택할 의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현 지도부에 비판적인 파일먼 벨라(민주ㆍ텍사스) 하원 의원은 “우리가 다수당이 되려면 이런 지역에서 이겨야 한다”며 “펠로시에 대항해서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에 드러난 선거 표심은 결국 워싱턴 정가에 여러 가지 숙제를 던진 셈이다. 공화당에겐 ‘트럼프 바람’이 식어가는 상황에서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문제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반면 민주당으로선 리더십 부재에다 내부의 이념적 분열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민주당 전통적 텃밭 지역은 트럼프 시대에 들어 더욱 좌경화하거나, 러스트벨트 중심의 중부 내륙에서는 무당파적 혹은 보수적 성향으로 기울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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