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추위는 사외이사로만 구성’ 안건은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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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로 외국인 주주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23일 열리는 KB금융지주 주총을 앞두고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에 또다시 반대 의견을 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SS는 노조가 주주제안권(소액 주주의 주총 의안 제출 권리)을 활용해 낸 3개의 안건 가운데 사외이사 후보(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건과 ‘낙하산 인사’의 이사 선임을 배제하는 규정(공직 또는 정당 활동에 종사한 기간이 총 2년 이상인 자를 최종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 이사로 선임할 수 없다) 신설 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하지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토록 한 정관 변경안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냈다.
ISS는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 안건에 대해 “이병남 이사의 임기 만료로 인사(HR)부문 전문가인 권 교수의 전문성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서도 “회사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HR보다 재무와 법, 소비자 보호 분야의 전문성 보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ISS는 “권 교수가 금융사를 포함한 상장사 이사회 활동 경험이 없어 이사로서의 성과를 평가할 수 없다”며 “KB금융 전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가 분명히 제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노조는 지난해 11월 임시주총에선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내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찬성까지 얻어냈지만 대다수 주주의 동의는 얻지 못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ISS는 하 후보의 법조 전문성이 기존 사외이사와 중복된다는 점과 정당 경력을 문제 삼아 반대 의견을 냈다.
낙하산 인사 배제 안건에 대해 ISS는 “해당 안건이 통과될 경우 정당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고 이사의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후보 추천 및 검증 절차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을 보면 회사가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ISS는 최고경영자(CEO)를 배제하는 사추위 구성 안건에 대해선 찬성 입장을 밝혔다. ISS는 “사추위의 독립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중요한 요소”라며 “이사회도 이를 내부 규정에 반영한 것이 정관 개정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 방향성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사회는 지난달 초 현직 회장을 사추위에서 제외하는 안건을 결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사회 의결은 언제든 이사회 내에서 같은 방법으로 바꿀 수가 있는 만큼, ISS는 이 규정을 주총을 통해 정관에 못박자는 제안에 찬성한 것이다. 해당 안건에 대해서는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기업지배구조원도 찬성 의견을 냈다.
ISS는 보고서를 통해 KB금융 이사회와 노조 양측의 의견을 모두 청취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사회와 주주제안자의 의견이 상충하는 경우를 고려한 것이다. ISS 의견은 외국인 주주의 표결에 영향을 미치는데 KB금융은 외국인 투자자 비율이 70%에 육박한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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