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지배구조 개선 방안 발표
국회 통과되면 올 하반기 시행
5억 넘는 고액 연봉자 공시 의무화
금융당국이 앞으로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임원 후보를 추천하는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최근 일부 금융지주사 회장의 ‘셀프 연임’ 논란을 부른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로, 사외이사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스스로 임기를 연장하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또 5억원 이상 고액 연봉을 받는 금융사 임원의 개별 보수를 공시하는 것도 의무화되고, 임원을 선임할 땐 연봉을 얼마나 줄지를 주주총회에 상정해 주주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올 상반기 중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 간담회’에서 “금융사는 국민의 재산을 기반으로 운영되며 부적절한 경영이 국민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일반 회사에 견줘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공적 규율의 필요성이 크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주주나 경영진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고 사외이사나 감사 등 견제기능은 활발하지 못해 금융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크다”며 “금융사 CEO 및 사외이사 선출 과정에서 경영진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개입돼 독립성이 저하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금융사 CEO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임기를 늘리는 식의 셀프 연임을 할 수 없도록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CEO가 참여하는 걸 금지하도록 했다. 또 임원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위원 중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했다.
CEO 후보자 선정을 위한 평가 기준과 절차 등을 담은 승계프로그램을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명문화하고 관리내역을 주주에게 주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이는 사전에 마련한 엄격한 자격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만 CEO 후보군에 들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예측가능한 후계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사외이사의 책임성도 한층 강화된다. 사외이사 연임 때 외부평가를 의무화하고 사외이사 후보군을 선정할 땐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외부전문가가 추천한 인재 풀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자체 기준 마련을 의무화했다. CEO 결정에 무조건 찬성표만 던지는 ‘거수기 사외이사’를 가려내자는 취지다.
고액연봉자 보수 공시는 강화하기로 했다. 보수총액이 5억원 이상이거나 성과급이 2억원 이상인 임직원은 보수를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통해 공시하는 것을 의무화한다.
금융위는 최대주주의 자격심사를 강화하는 내용도 이번 개선안에 포함했다. 현재는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인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지만, 앞으로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주주’로 확대된다. 예컨대 삼성생명의 경우 최다출자자 1인이 이건희 회장인데 오랜 기간 병석에 누워 있어 정상적 경영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인데도 ‘적격’ 판정을 받았다. 앞으로는 특수관계인이자 회사에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재용 부회장도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심사 요건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을 받았는지 여부가 추가된다. 금융위가 특정 금융회사의 대주주를 부적격으로 판단할 경우 시정조치를 명령하거나 지분 10%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돼도 개정안 시행 이후부터 적용하고 이전에 발생한 사안에 대해선 소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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