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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피살 후폭풍에 슬로바키아 총리 결국 물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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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피살 후폭풍에 슬로바키아 총리 결국 물러나

입력
2018.03.1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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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 문제를 파고 들던 잔 쿠치악 기자와 여자친구가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되자 민심이 들끓고 있다. 브라티슬라바에서 한 남성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브라티슬라바=로이터 연합뉴스
정경유착 문제를 파고 들던 잔 쿠치악 기자와 여자친구가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되자 민심이 들끓고 있다. 브라티슬라바에서 한 남성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브라티슬라바=로이터 연합뉴스

마피아와 정치권의 부정부패를 취재하던 기자(잔 쿠치악ㆍ27)의 살해 사건으로 퇴진 압력을 받아온 슬로바키아의 로버트 피코 총리가 끝내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안드레이 키스카 슬로바키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피코 총리의 사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피코 총리는 전날 키스카 대통령이 재가하고, 조기총선 대신 현 연립정부가 남은 임기를 다 마치고 후임 총리를 여당이 지명하는 조건을 걸고 사의를 표명했다.

슬로바키아 의회는 오는 19일 피코 총리 불신임 안건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었다. 벼랑 끝에 내몰린 피코 총리가 스스로 사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이다. 앞서 피코 총리의 최측근인 로베르토 칼리나크 내무장관은 지난 12일 언론인 피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으나,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었다. 5만여 명의 시민이 모인 대규모 집회에선 피코 총리의 퇴진과 쿠치악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넘쳐났다. 현지 언론들은 1989년 자유화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라고 평가했다.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조기 총선 논란은 가라앉을 것이란 전망이다. 연립정부 파트너이면서 조기 총선을 요구했던 신헝가리계연합당(MOST-HID·다리라는 의미)의 벨라 부가르 대표는 “총리가 사퇴하고 새 총리 후보를 뽑기로 했다. 대통령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중도 좌파 성향의 피코 총리는 2006년∼2010년에 이어 2012년부터 두 번째 총리직을 수행해왔다. 그는 슬로바키아를 옛 공산권 동유럽 국가 중 유일한 유로존 국가로 만들고, 외국 자동차 기업들의 생산 공장을 유치하는 등 경제를 발전시켜 대중적 지지를 받았지만 정경유착 논란을 촉발시킨 쿠치악 피살 사건 속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총리 낙마 사태를 불러온 결정타는 언론인 살해 사건이었다. 슬로바키아 정치인들과 마피아 조직간 공생 관계를 취재하던 잔 쿠치악 기자가 지난달 25일 브라티슬라바 근교 집에서 여자 친구와 나란히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것. 슬로바키아 언론들은 쿠치악이 최근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 은드란게타와 슬로바키아 정부 고위 관계자 간 결탁 사실을 취재했다고 전했다. 쿠치악의 취재대상에는 피코 총리의 선임고문 마리아 토로스코바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피코 총리 측이 쿠치악의 살해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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