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귀한 브라질에선 진짜 스키를 못 탔죠. 대신 길거리에서 롤러 스키를 타며 훈련했어요.”
지난 11일 2018 평창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15㎞ 좌식 종목에서 29명의 선수 중 최종 6위를 기록한 ‘브라질 소년’ 크리스티안 리베라(15)의 표정은 밝았다. 브라질의 동계패럴림픽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운 그는 13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자신의 특이한 훈련 방식을 담담하게 공개했다.
눈이 잘 오지 않는 브라질에서는 스키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동계 스포츠 시설이 거의 없다시피 해 훈련 환경은 당연히 좋지 않았다. 리베라는 어쩔 수 없이 평소엔 롤러가 달린 스키로 훈련했다. 눈 위에서 훈련할 기회는 1년에 단 한 번만 주어졌다. 그것도 유럽까지 건너가야만 했다. 아르헨티나, 칠레 등 인근 국가에도 스키장은 있었지만, 장애인 선수가 이용하기엔 불편한 점이 많았다.
맨땅에서의 훈련과 눈 위에서의 훈련은 너무 달랐다. 리베라는 그때마다 “고통 없이는 얻는 게 없다(No pain, No gain)”는 좌우명을 마음에 새겼다. 경기를 마친 후 “제가 가지고 있는 기량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정도로 그는 누구보다 더 치열하게 훈련했다.
리베라는 하체에 근육이 발달하지 않는 다발성 관절 만곡증을 지니고 태어났다. 근육이 없어 앙상한 다리를 교정하기 위해 지금까지 수술을 21차례나 받았다. 너무 힘들었지만, 주저앉아 있을 수만 없었다. 담당 의사 추천으로 처음엔 수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수영을 즐기다 보니 운동선수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그는 육상 선수나 수영 선수가 되기 위해 훈련을 시작했다.
마침 그때 전 크로스컨트리 선수 레안드로 리벨라가 그에게 제의를 건넸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로의 종목 전향이었다. 현재 리베라를 지도하고 있는 리벨라는 “처음 만나기 전 그가 롤러스케이트 타는 영상을 보고 반드시 동계패럴림픽 스키 선수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2015년 종목 전향 후 훈련에 매진했던 리베라는 스키를 잡은 지 불과 3년 만에 패럴림픽 무대에서 우뚝 섰다. 11일 남자 15㎞ 좌식에서 메달 후보였던 우크라이나의 타라스 라드(19)와 미국의 앤드루 소울(38)를 제치고 6위를 기록한 데 이어 14일에는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1.1㎞ 스프린트 좌식에서 36명의 선수 중 15위에 올랐다.
만 15세의 나이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중 가장 어린 리베라는 평창에서의 경험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평창에서의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더 많이 훈련해서 더 나은 운동선수로 발전하고 싶어요”라고 말한 그는 17일 평창에서의 마지막 출전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7.5㎞ 좌식 종목을 준비하고 있다.
박순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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