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ㆍMB, 14시간 동안 날 선 공방
티타임서 “편견없이 조사해 달라”
인정신문 없이 곧바로 본론 조사
오전 의혹 연결고리 ‘다스’ 추궁
오후엔 소송대납 문제 등 캐물어
MB, 묵비권보단 조목조목 해명
점심엔 설렁탕ㆍ저녁엔 곰탕 식사
신문 끝난 뒤 새벽까지 조서 열람
검찰은 14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맞아 이번 수사의 출발점인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 실소유주 의혹 조사부터 시작해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20여개 세부 혐의로 좁혀 들어가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나 도곡동 땅과 본인의 관계를 부인해 온 종전 입장을 고수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단순 부인하기보단, 자신 입장을 차분하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은 조사에 앞서 조사실(1001호)이 있는 서울중앙지검 청사 10층 특수1부장실에서 10여분간 티타임을 가졌다. 검찰 측에선 이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해온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와 이날 조사를 맡은 송경호 특수2부 부장검사,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 부장검사가 참석했다. 이 전 대통령 측에선 변호사 4명이 합석했다. 조사 취지와 진행 방식, 그리고 방대한 수사 분량으로 인해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검찰 측 설명을 듣고 난 뒤 이 전 대통령은 “편견 없이 조사해주면 좋겠다”고 했고, 검찰 관계자는 “법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한 건 이날 오전 9시50분. 검찰은 직업이나 주소 등을 묻는 인정신문을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신 부장검사가 특수2부 이복현 부부장검사를 대동해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의혹을 풀기 위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 전 대통령 곁에는 2008년 특검 조사 당시 이 전 대통령의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냈던 판사 출신 강훈 변호사가 나란히 앉아 조언했다. 피영현 박명환 김병철 변호사도 조사실을 오가며 강 변호사를 도왔다.
검찰이 다스 부분을 먼저 파고든 건 여러 의혹을 놓고 벌이는 공성전(攻城戰)에서 반드시 열어야 하는 관문과 같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은 다스 김성우 전 사장, 강경호 현 사장 등 전ㆍ현직 다스 핵심 임직원들로부터 ‘다스는 MB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MB 안방과 다름 없는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및 다스 압수수색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도 확보했다.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나 다스 협력업체 ‘금강’ 대표 이영배씨 등 자금관리인도 수사에 협조, MB의 차명재산이라는 점을 털어놓았다. 검찰 관계자는 “다스 실소유주 문제를 전제 사실로 확정 짓고 나가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택한 자연스러운 진행”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다스나 도곡동 땅 등 차명 의심을 받고 있는 재산들은 물론 차명 계좌 및 다스 비자금 횡령, 다스 미국 소송에 청와대가 개입한 문제 등을 추궁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다스와 관련해 “내 소유가 아니다. 경영 등에 개입한 바 없다”거나 다른 혐의들에 대해선 “(본인은) 전혀 모르는 일이고, 설령 있었더라도 실무 선에서 일어난 일일 것”이라는 등 전체적으로 부인하는 취지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부장검사의 질문 공세는 이날 오후 5시쯤 끝났다.
오후 5시20분쯤 2차 공세에 나선 송경호 부장검사는 삼성전자의 60억원대 다스 해외소송비용 대납문제를 캐묻기 시작했다. 삼성 뇌물 의혹 조사는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 모두에게 하이라이트였다. 다스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결론 지은 검찰은 대납 비용을 뇌물로 보고 있고, 액수도 가장 커 관련 자료와 관련자 진술로 이 전 대통령의 인정을 받아내기 위해 공을 들였고, 반면 이 전 대통령은 부인 취지로 방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점심으로 인근 음식점에서 배달된 설렁탕을 먹은 이 전 대통령은 저녁은 곰탕으로 배를 채우고 조사에 임했다. 이날 오후 11시 55분쯤, 14시간에 걸친 양측의 공방은 끝났고 이 전 대통령은 이튿날 새벽까지 피의자 신문조서를 열람, 검토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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