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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라인 선 MB “참담”… 두마디 남긴 박근혜와 달리 230자 입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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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라인 선 MB “참담”… 두마디 남긴 박근혜와 달리 230자 입장문

입력
2018.03.14 20:00
4면
0 0

두차례 고개 숙이고 불만 담아

노무현은 “면목 없는 일” 한마디

전두환은 체포 전날 골목성명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 포토라인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 포토라인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14일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재진 앞에서 미리 준비한 230자 분량 입장문을 꺼내 읽었다. ‘검찰 수사는 정치 보복’이라고 줄곧 밝혀 온 이 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 받던 가운데 나온 대국민 메시지다. 지난해 3월 21일 같은 자리에 섰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단 29자의 짧은 메시지를 남긴 것에 비하면 8배나 길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반발하던 이전과 비교하면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두 차례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등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거나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라며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과 억울함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전직 대통령들이 주로 국민을 향한 짧은 사과 메시지만 남긴 것과 대조된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은 검찰 포토라인에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고만 했다. 소환 전 억울함을 호소하며 적극 여론전을 펴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를 두고 대통령 탄핵으로 불체포특권을 잃은 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강제수사를 우려해 전략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작권 한국일보] 역대 대통령 검찰 소환 발언
[저작권 한국일보] 역대 대통령 검찰 소환 발언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30일 대검찰청 포토라인에서 “면목없는 일이죠” 한마디만 남기고 조사실로 향했다. 다만 소환 당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를 떠나면서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1995년 11월 1일 대검 중수부에 소환된 노태우 전 대통령은 고개를 숙인 채 검찰 포토라인을 지나쳤고, 거듭된 취재진 요구에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했다.

반면 1995년 12월 3일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서지 않았다. 대신 소환 전날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김영삼 정부를 비판하는 골목 성명을 발표한 뒤 고향인 경남 합천군으로 떠났다. 전 전 대통령은 고향 자택에서 체포돼 수감된 상태로 조사를 받았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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