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조사할 때 옆 건물서 재판
“이 시간 MB 소환조사 알고 있다
모든 진실 밝혀질 것으로 기대”
“제 죄에 대한 변명하지 않을 것”
남은 수사 등 적극 협조 의사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14일 오전, 바로 옆 건물에서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받은 사실을 시인하고 이 전 대통령을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MB 집사’로 불린 김 전 기획관이 이 전 대통령 범죄 혐의를 밝히는데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전 기획관은 MB 지시로 국정원 자금을 받았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 전 기획관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김 전 기획관 변호인 측은 이날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법리적으로 다툴지 여부는 추후 의견서를 통해 밝히겠다”고 전했다.
재판이 끝날 무렵 김 전 기획관은 예정에 없던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그는 직접 준비해온 원고를 꺼내 “제 잘못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키고 구속돼 법정에 선 것에 대해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제 죄에 대해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을 것이고 여생 동안 속죄하는 마음으로 반성하며 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어 “이 시간에 전직 대통령이 소환돼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은 수사와 재판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이어지는 재판 동안 사건 전모가 국민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최대한 성실하게, 정직하게 남은 수사 일정 및 재판 일정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며 “법정에 섰기 때문이 아니라 국민에게 먼저 사죄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재판에 앞서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2년 선배이자 40년 지기로 이 전 대통령의 재산·가족·사생활까지 모두 챙기며 집사 역할을 했다. 검찰은 그를 2008, 2010년 김성호,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으로부터 각각 2억원씩 모두 4억원의 국정원 자금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제공되는 것을 방조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는 검찰 수사 초반 혐의를 모두 부인했지만 이후 국정원 특수활동비 불법 수수와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과 관련해 검찰에 핵심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전 기획관 재판에 앞서 열린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의 첫 공판에서도 변호인 측은 돈을 받아 전달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이 나왔다. 다만 변호인 측은 “사실관계 일부는 다툼의 여지가 있고, 횡령과 뇌물죄도 법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비서관은 2011년 국정원 자금 5,000만원을 받아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폭로를 막기 위한 ‘입막음’비용으로 쓴 혐의로 기소됐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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