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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MB의 뜬금없는 안보행보

입력
2018.03.14 18: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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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들 현실과 희망사항 혼돈

MB도 상황오판, 남북관계 악화 책임

한반도 훈풍 속 북미변수 컨트롤해야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14일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 심경을 담은 입장문을 읽었다. 230자 입장문 가운데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대목이 걸렸다. 소환 조사를 앞두고 경기 평택의 천안함기념관을 공개 방문한 전력에 비춰, 안보보수의 정서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때문이다. 적어도 자신은 임기 중에 외교안보에서 성과를 거두었다는 자부심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적폐까지는 아니라도 지난 10년 가까운 남북관계의 수직낙하 책임을 MB에게서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MB정부에서 외교안보 실무를 다룬 인사를 취재할 때였다. “북한이 무너질 줄 알았지.” 집권 5년 내내 강경 일방으로 간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2008년 김정일이 2차 뇌졸중을 일으킨 게 오판의 시작이었다. 남은 수명이 길어야 3년 정도일 것이란 판단에 ‘그렇다면 통일까지도…’라는 근거 없는 희망이 권력 심장부에 얹혀졌다. 당국자들 입에서는 ‘급변사태’란 말이 수시로 떨어지곤 했다.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한미 양국의 군사 대비책인 작전계획(OPLAN) 5029의 작성도 그때 급물살을 탔다. ‘김정일 사후 북한 체제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란 희망사항, 가정이 보태진 결과였다. 실제로 김정일은 2011년을 넘기지 못했으니 의학적 판단이 틀리지는 않았다. 후계자 김정은이 등극하고 나서도 북한 붕괴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상당기간 유지되었고, 동맹들과도 공유되면서 문제를 키우게 된다.

대북 대응을 놓고 한미 양국은 공교롭게도 정권 때마다 강경과 온건, 온건과 강경의 서로 편에 서 이견을 보였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반복되던 갈등이 처음 사라진 게 MB정부에서였다. 양국 당국자들은 한미 관계에 한치 이견도, 물샐 틈이나 빛샐 틈조차 없다는 말로 공조를 확인하곤 했다. 실제로 조지 W 부시에서 버락 오바마로의 정권 교체기에 전략이 진공상태일 때, MB정부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까지 좌지우지했다. 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내면에 실은 많은 왜곡된 정보와 판단들이 뒤엉켜 있던 셈이다. 미 의회보고서는 당시 한미 대응이 결과적으로 북이 상황을 컨트롤하는 문제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오판은 북한도 마찬가지였다. 그때까지 북은 미국의 민주당 정부에서 선물을 받아내곤 했다. 1970년대 말 카터 정부는 주한미군 철수를, 90년대 중반 클린턴 정부는 40억 달러가 넘는 경수로 발전소를 선물로 주려 했다. 북은 오바마 정부에서도 기대 속에 통미봉남에 나섰지만 오바마는 ‘산타클로스’가 아니었다. 대미 협상을 거쳐 남쪽의 대북정책을 바꿔보려던 북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까지 겹쳐 남과 북은 갈등, 충돌을 거듭했고, 한반도 긴장격화와 남북관계 악화는 박 정부까지 계속됐다.

역대 정권들은 어떤 때는 북핵 해법을 찾아낸 듯이 말하고, 또 어떤 때는 북핵이 우리가 아닌 북미간 문제인 듯이 다뤘다. 그러나 현실과 희망사항을 혼동하면 북핵 해법의 진실은 그만큼 멀어질 수 있다는 게 지난 정권들이 남긴 교훈이다. 법을 위반한 잘못이야 처벌을 받으면 되지만, 외교안보의 잘못은 후과가 모두에게 미친다는 점에서 허물이 더 무겁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과연 5월에 만날 수 있을까.’ 최근 한 싱크탱크의 현안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긴요하게 던진 질문이다. ‘5월 북미 정상회담’이 기정사실로 되고 있지만, 과거 반전의 역사를 반복한 게 북미 관계였다. 신년사 이후 김정은의 일관된 행보를 보면 당장 북한이 상황변경을 추구할 리는 없어 보인다. 다른 당사자인 미국의 상황은 북한보다 간단치 않다. 워싱턴의 전략가들에게 한반도 긴장은 중국 부상에 한미일이 공동 대응에 나서도록 만드는 링크핀인 측면도 있다. 훈풍이 불고는 있지만 한반도 정세는 언제든 살얼음판이 될 수 있다.

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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