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조선 후기 지도 바탕으로
원형 남아있는 620개 길 공개
옛길 탐방 프로그램 개발하고
골목 재생사업도 연계 추진
서울시가 조선 후기 한양도성 내 옛길 620개를 발굴해 공개했다. 시는 발굴한 옛길의 현재 모습을 기록하고, 탐방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민들에게 옛길의 가치를 공유하고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시는 조선 후기 도성대지도와 2016년 지적도를 비교 대조해 18세기 당시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옛길 620개를 찾아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에 발굴된 길은 모두 선조에 의해 형성된 한양도성 내 고유의 길이다. 1910년 전후 일제강점기에 도시계획으로 만들어진 길은 제외했다. 도성대지도는 한양도성 내 길과 방계(행정구역), 관아, 교량, 사적 등을 표기한 지도인데, 이번에 사용된 지도는 현존하는 도성도 중 가장 커, 자세하면서 정확하다고 평가 받는다.
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최근 100년 동안 일제강점기와 전쟁, 산업화, 근대화, 도시화로 인해 사라진 옛길들을 되살렸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와 함께 620개 길 중 시민들이 방문해 볼만한 길 12개를 선정해 공개했다. 조선 후기 한성부에 주요하게 사용되던 길들 중 현재까지 당시의 형태가 남겨진 곳들을 추렸다.
선정된 서울 옛길 12경은 선조들이 인왕산을 바라보며 풍류를 즐기던 길(옥류동천길), 명성황후의 생가 감고당이 있던 길(안국동천길),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이 매일 같이 오가던 길(흥덕동 길), 남산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고이던 길(진고개길), 조선시대 대표적인 약방 거리 길(구리개길) 등이다.
한양도성 내 길은 이처럼 크게 남북 방향의 물길을 따라 형성된 길과 동서 방향의 고개 길로 나눠진다. 특히 과거 서울은 어느 도시보다도 물길이 많은 도시였다. 도시 한 가운데 청계천이 흐르고 도성의 북쪽에선 백악산과 인왕산에서, 남쪽에선 목면산에서 흘러내린 많은 냇물들이 청계천으로 합류했다. 냇물들이 동네와 동네의 경계를 이루면서 점차 실핏줄 같은 서울의 옛길들이 만들어졌다.
시는 이번에 찾아낸 옛길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한다. 또 이 자료들을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옛길에 얽힌 이야기를 발굴해 책자를 발간하거나 옛길 탐방 프로그램을 개발해 홍보할 예정이다.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는 27일까지 ‘서울옛길 12경’ 전시를 연다. 시는 동시에 옛길을 골목길을 따라 1㎞ 이내의 소규모 단위의 재생 사업인 ‘골목길 재생사업’과도 연계한다.
진희선 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서울 옛길은 천년고도 서울의 역사와 삶이 깃든 소중한 자산”이라며 “시민들이 옛길 주변에 남아 있는 다양한 시대의 건축물, 장소와 함께 역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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