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재단의 국유지 매입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아베 신조(安倍晋三ㆍ63)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자민당 간사장 출신의 8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ㆍ61) 의원이 급부상하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13일 자민당 내 차기 총리 후보에 대한 선호도 조사 결과 이시바 의원이 28.6%로 아베 총리(30%)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아베의 ‘사학 스캔들’에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1월 조사에 비해 이시바 의원은 8%포인트가 올라가고, 아베 총리는 1.7%포인트가 떨어진 수치다.
이시바 의원은 2004년 고이즈미 내각에서 방위청 장관을 지낸 안보 전문가다. 극우 색채가 강한 아베 총리에 견주면, 합리적 보수에 가깝다는 게 일본 정가의 평가다. 그간 자위대 강화 등 우익적 주장을 펼치면서도, 2차 세계대전 당시 자국이 저지른 태평양 전쟁에 대해서는 ‘침략전쟁’이라고 공개 발언하는 등 좌우를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시바 의원은 지난해 6월 아베 내각의 개헌 추진을 반대하며 헌법 개정안에 포함된 ‘표현의 자유’ 제한 조항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언론이 정부 정책을 따랐던 것처럼 권력과 언론이 일체화되는 건 무서운 일”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한일 정부가 평행선을 달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5월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는 인간의 존엄, 특히 여성의 존엄을 침해했다는 점에서 사죄해야 마땅하다”며 “(한국이) 납득할 때까지 계속 사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들이 다수 합장돼 국제 사회 시선이 따가웠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문제에도 “젊었을 때는 멋모르고 참배했는데, 15년 전쯤 진짜 뜻을 알고부터는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A급 전범들의 분사가 이뤄지지 않는 한 야스쿠니 신사에는 가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반면 독도 문제에는 일본 우익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2011년 자민당 영토특위(영토에 관한 특명위원회) 위원장 재임 당시 ‘다케시마(竹島ㆍ독도의 일본 명칭)의 날’ 제정을 추진한 장본인이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을 때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일본 국민으로서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지율은 상승하고 있지만, 이시바 의원이 일본 정부 최고 권력자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내각제의 특성상 총리 자리에 오르려면 오는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를 거둬야 하는데, 특정 정파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에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하다.
일본 민주당 사무총장 출신의 정치평론가 이토 야쓰오(伊藤惇夫)는 현지 매체 ‘뉴스 포스트 세븐’에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당내 주요 계파의 수장인 아베 총리, 아소 다로 부총리,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의 ‘3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시바의 당선 가능성을 낮게 내다봤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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