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뇌물수수ㆍ횡령ㆍ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켜보는 여야의 시선은 극명하게 갈렸다. 여당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반면 보수 야당은 ‘한풀이 정치’로 규정하며 현 정부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 이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를 정치보복으로 몰고 가는 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의 20개에 달하는 권력형 비리와 범죄 행위는 범죄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라며 “이미 측근이 구속됐는데도 각종 혐의를 부인하고 ‘정치보복’이라는 허무맹랑한 나홀로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난했다. 추 대표는 그러면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변호인단 구성에 재정적 어려움이 있다는 웃지 못할 항변을 듣자 하니 (전 재산이 29만원 뿐이라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연상된다”고 꼬집었다.
반면 한국당은 이 전 대통령과 일정부분 거리를 두면서도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현 정부에 날을 세웠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개헌, 집요한 정치보복 등 모든 정치 현안을 6ㆍ13 지방선거용으로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복수의 일념으로 전 전 대통령의 오래된 개인비리 혐의를 집요하게 들춰내 꼭 포토라인에 세워야만 했을까. MB처럼 (이 정권에도)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원내대책회의에서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역사의 불행임이 틀림없지만 한풀이 정치, 회한의 정치가 또다시 반복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바른미래당은 전직 대통령이라도 혐의가 있다면 철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했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전직 대통령 한 분이 지금 감옥에 수감돼 재판을 받는 와중에 또 한 분의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돼 수사를 받게 된 지금 상황은 대한민국 헌정사의 큰 불행”이라며 “이런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참담한 심정을 저희도 헤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퇴임 5년 여 만에 이날 오전 9시 22분쯤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선 이 전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며 조사를 앞둔 심경을 밝혔다. 그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며 “다만 바라는 것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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