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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자 '팀 킴'이 절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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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자 '팀 킴'이 절로 간 까닭은

입력
2018.03.1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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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컬링 대표팀의 스킵 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왼쪽부터)가 12일 경북 의성군의 고운사에서 명상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정희] ‘영미,영미~’를 외치던 예리한 눈빛과 기민한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유명세를 타는 바람에 자만심에 빠져든 것일까.

조용한 분위기에서 차분하게 명상에 빠졌다. 나란히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은 선수들 앞에서 고운사(경북 의성군 단촌면)의 주지 호성 스님은 호흡법을 지도했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이 고운사를 찾았다. ‘명상 및 심리 훈련’을 위해서다. 김민정 감독과 스킵 김은정, 리드 김영미, 세컨드 김선영, 서드 김경애, 후보 김초희(이상 경북체육회)로 이뤄진 대표팀은 명상과 심호흡으로 마음을 비워냈다.

대표팀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따내며 국내외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선수들의 성이 모두 같아 ‘팀 킴’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승승장구했다. 지난달 25일 시상식과 폐막식으로 올림픽을 마치고도 인기는 식지 않았다. 보름 동안 각종 기업에서 광고 러브콜과 언론 인터뷰와 방송 출연 요청이 빗발쳤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지난달 25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시상대 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OSEN.

벼락 스타가 된 팀 킴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는 와중에 오히려 세속과 거리가 먼 절을 찾았다. 게다가 김영미ㆍ김경애 자매와 김선영, 김초희는 기독교 신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팀을 지도하는 김경두 의성컬링훈련원장은 “컬링은 마음이 중요한 운동이다. 종교 차원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영미는 ”기독교인이지만 종교와 다르게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이라 생각한다. 경기 전 명상으로 마음을 잔잔하게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종교를 초월한 ‘절 훈련’을 받아들인 이유는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김선영은 ”초심으로 돌아가서 겸손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아직도 저희를 좋아해 주시고 환영해주시는데 들뜨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에 심리적 요인이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컬링은 그 중에서도 심적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이다. 평소와 같은 움직임에도 그날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힘 조절에서 미세하게 차이가 난다. 스톤의 명중률이 중요한 컬링에서 마인드 컨트롤은 생명이다. 이 때문에 훈련에서는 시끄러운 주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양궁처럼 소음 훈련도 한다.

실제로 선수들은 이번 올림픽 기간에 스마트폰을 스스로 반납하고 일체 사용하지 않았다. 최고 유행어 ‘영미’의 주인공인 김영미는 해단식에서야 “휴대전화를 켜보니 응원 메시지가 가득하더라”고 말 할 정도였다.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지난달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일본을 꺾은 뒤 부둥켜 안으며 기뻐하고 있다./사진=OSEN.

이날 훈련에서는 자칫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 자만심과 허영심 등을 내려놓는 훈련도 했다. 호성 스님은 “아직 정상에 오른 것이 아니다. 싹 다 잊고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평상심을 잘 유지하고 항상 마음을 비운 상태에서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항상 배려해야 한다”고 덕담을 했다.

호성 스님은 대표팀의 전담 심리 트레이너 역할을 하고 있다. 4년 전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준비할 때도 대표팀은 고운사를 찾았다. 김선영은 “매일 아침 여기서 명상 훈련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처럼 할 수 있게 됐다. 평창올림픽에서도 긴장될 때, 샷 하기 전에 심호흡을 했다"고 말했다. 명상 훈련은 이제 선수들에게 컬링을 더 잘하기 위한 훈련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한 번의 명상 훈련을 한 대표팀은 다시 세계 제패에 나선다. 17~25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노스베이에서 열리는 컬링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김정희 기자 chu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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