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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 현실에선 철창 속 죽음 기다리는 사육곰

입력
2018.03.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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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왼쪽)과 철창 속에서 사육중인 반달가슴곰. 녹색연합 제공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왼쪽)과 철창 속에서 사육중인 반달가슴곰. 녹색연합 제공

강원도 평창군 일대에서 개최되고 있는 2018 동계 패럴림픽 마스코트는 ‘반다비’입니다. 반다는 반달가슴곰의 반달, 비는 대회를 기념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요, 한국과 강원도를 대표하는 반달가슴곰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 속 반달가슴곰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녹색연합에 따르면 반다비 628개체는 개최지인 강원도를 비롯해 전국 34개 농가 좁은 철창에 갇혀 있다고 합니다.

사육곰의 시작은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정부는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재수출 용도의 곰 수입을 장려했는데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에 밀려 수입이 금지된 1985년까지 493마리의 곰이 수입되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1993년 사이테스(CITESㆍ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였지요.

제한적인 국제 거래로 수출길이 막힌 사육농가들은 사육곰의 국내 웅담 판매 허가를 요구했고 1999년 정부는 이를 허가했습니다. 또 사육농가들의 요청으로 2005년부터는 10년 이상 키운 반달가슴곰은 웅담채취를 위해 도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재 전국 34개 농가에서 사육되고 있는 사육곰 628개체 중 도축연한이 넘은 10년 이상의 곰은 468마리입니다. 웅담 수요가 많았다면 이렇게 많이 남아 있지는 않을 겁니다. 돈이 되지 않는 반달가슴곰은 이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 신세가 됐습니다.

사육 농가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총 967개체의 사육곰을 중성화시키면서 한 때 1,400여마리에 달했던 반달가슴곰은 628개체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증식금지 수술 이후 더 이상의 관련 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태어난 곰이 열 살이 되는 2025년이 지나면 합법적으로 모든 곰을 도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사이 반달가슴곰의 사육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자연상태에서 곰의 행동반경은 최소 15~20㎞입니다. 하지만 남은 628마리는 비좁고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최소한의 사료만 먹으며 언제 있을 지 모를 웅담채취를 위해 생명만 연장하고 있을 뿐입니다.

한 때 4,000여마리의 사육곰을 키웠던 베트남 정부는 동물보호단체와 협력해 1,000여마리로 줄이는 한편 국립공원에 사육곰 보호를 위한 별도의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임시 보호센터도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녹색연합은 우리 정부도 모든 곰이 죽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철창에 방치된 곰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많은 반달가슴곰이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된 데에는 정부의 책임도 큽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마스코트라고 활용만 하지 말고 마스코트에 걸맞은 대우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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