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율 15→50%… 원안서 후퇴한 채 국무회의 통과
교총 “효과 검증 안돼” 전교조 “지방선거 의식” 비판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 비율이 신청 학교의 50%로 확대된다. 그러나 학교 자율에 전적으로 맡기겠다던 당초 개혁안에서는 크게 후퇴해 공모제 자체를 반대하는 보수 측은 물론, 진보 교육계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장공모제 확대 내용을 담은 ‘교육공무원임용령’ 일부 개정안이 1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내부형 교장공모제 실시 학교를 신청 학교의 15%에서 50%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내부형 공모는 교육경력 15년이 넘으면 교장 자격증 유무와 관계 없이 교장에 응모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제도이다. 혁신학교 등 자율학교와 자율형공립고가 대상이다. 지금까지는 공모 참여 가능 학교 수를 15%로 제한한 이른바 ‘15% 룰’ 탓에 평교사 교장에 임용된 곳이 전체 9,955개 국ㆍ공립 학교 중 56개교(0.6%ㆍ작년 3월 기준)에 불과했다.
교장공모제는 승진 위주 교직문화를 능력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2007년 참여정부에서 도입했으나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시행령을 개정해 ‘15% 룰’을 만들었다. 갈등이 싹튼 건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15% 룰’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보수 교원단체는 무자격 교장이 늘어날 경우 도서ㆍ벽지 근무와 힘든 보직 업무를 기피하고 심사절차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결사 반대했다. 교총은 특히 내부형 교장공모제로 임용된 상당수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임을 겨냥해 코드ㆍ보은인사 제도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반면 전교조 등 진보 측은 교장 입김에 따라 승진이 좌우되는 비민주적 교단 문화를 혁신하려면 공모제를 오히려 일반학교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래 전면 확대를 내걸었던 교육당국이 50% 절충안을 내놓은 것도 이런 팽팽한 찬반 여론을 감안한 조치다. 실제 입법예고 기간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찬성과 반대가 각각 48.6%(931건), 48.5%(929건)로 나타날 만큼 논쟁은 첨예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능한 교사의 기회 확대’라는 국정과제 취지는 살리면서도 급격한 변화에 따른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어정쩡한 태도는 양쪽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교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무자격 공모제 전면 확대를 철회한 것은 반대 여론을 수렴한 당연한 결과”라면서도 “충분한 정책효과를 검증하지 않고 (공모) 비율을 늘려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진보 교육계는 교육개혁 공약이 또다시 훼손됐다고 날을 세웠다. 전교조 측은 ““교장공모제를 지지하는 여론이 여러 번 확인됐는데도 교육부가 뒷걸음친 것은 지방선거를 의식한 결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내달부터 승진제 폐지를 위한 10만 교사 서명운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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