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부산 재개발 농성천막서
순간의 충동 하나 못 다스려…”
폭로 40여일만에 SNS에 글 올려
부산교회협 지난달 직무정지시켜
빈민운동가로 알려진 부산의 한 목사가 ‘미투(#Me Too)’ 폭로로 성추행 정황이 드러나자 40여일 만에 이를 인정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문을 올렸다.
13일 부산지역 종교계 등에 따르면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 각종 정부 현안에 대해 단식 투쟁을 벌였고, 무료급식 봉사 등 노숙자와 실직자를 위한 빈민운동 및 사회 참여활동을 펼쳐온 김모 목사가 최근 자신의 SNS에 성추행 사실에 대한 ‘공개사과문’을 게재했다.
김 목사는 “2016년 5월쯤 부산 모 재개발 지구 철거민 투쟁현장에서 있었던 저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려 필을 들었다”며 사과문을 시작했다.
그는 “우선 피해자가 용기를 내 고백한 고발의 내용에는 변명할 여지없이 채찍으로 받아들인다”며 “당일 즉시 2차례 사과 의사를 메시지로 보냈지만, 피해자의 심정은 되살아나는 상처로 인해 더욱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갑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순간의 충동 하나 못 다스리는 부끄러운 행동은 피해자에게 지난 2년은 물론 평생 생채기로 남게 했다”며 “다시 한 번 무엇보다도 피해자에게 용서를 빌고 사죄를 간청한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의 성추행 사실은 피해자 A씨가 지난 1월 31일 자신의 SNS에 “재개발지구 철거민 투쟁 천막에서 김 목사가 신체 주요 부위를 만지려 하고 키스를 하려고 해 천막을 뛰쳐나왔다”며 토로하면서 알려졌다.
성추행 사건은 2016년 부산의 한 재개발지구 사업지에서 벌어졌다. 당시 일부 주민과 김 목사는 사업시행에 따른 강제철거에 반발해 천막과 철탑 등에서 농성을 벌였으며, 우연히 천막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주민 A씨가 김 목사에게 당한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것. 현재 피해자의 SNS에는 해당 글이 삭제된 상태다.
이번 김 목사의 성추행 사태가 불거지면서 시민사회와 종교계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평소 김 목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사건을 접하고 매우 유감스러웠다”며 “미투 운동에 나선 피해자들의 용기를 지지하며 성문제에 대한 문화와 인식이 변화돼야 할 시기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가 속한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NCC)는 A씨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즉시 지난달 5일 긴급 회장단 회의를 열고 김 목사에게 진정성 있는 공개사과문을 요청했다. 또 김 목사의 회원자격을 즉시 정지했다.
김 목사는 가난 공동체로 불리는 교회를 설립했으며, 무료 급식 봉사 등 노숙자와 실직자를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0여 일간 단식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개인의 과오로 인해 시민사회단체 및 동지 여러분께 실망과 분노를 안겨드려 무어라 할 말이 없고, 긴긴 반성과 자숙의 기간을 스스로 가지겠다”며 “부산지역뿐 아니라 전국에서 제가 활동하고 있는 모든 단체에서 물러나 광야로 나가 몸과 마음을 다시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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