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IT기업 견제 의도 담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국가안보를 이유로 미국 모바일 칩 업체인 퀄컴에 대한 싱가포르 회사 브로드컴의 인수를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입산 철강ㆍ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이유로 민간의 인수 합병 시장에도 적극 개입한 것이다. 기술 분야 사상 최대 규모인 1,170억달러에 달하는 금액으로 퀄컴에 대한 적대적 인수 합병에 나섰던 브로드컴의 시도는 결국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에서 "구매자(브로드컴)가 제안한 퀄컴의 인수는 금지된다. 그리고 이와 상당히 동등한 다른 어떠한 인수 또는 합병도 마찬가지로 금지된다"고 밝혔다. 그는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면 미국의 국가안보를 손상시킬 수 있는 위협을 가할 행동을 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할 만한 믿을 수 있는 증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명령은 외국 투자자의 미국 기업 인수를 점검하는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권고에 따른 조치다. 미국 대통령이 CFIUS의 반대를 근거로 인수ㆍ합병을 막은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로는 두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에도 국가안보 위협이란 이유로 중국계 사모펀드인 캐넌브리지의 레티스 반도체 인수를 금지했다.
트럼프 정부가 브로드컴의 인수를 저지한 데는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확장을 막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특히 퀄컴은 초고속 통신 기술인 5세대 이동통신(5G) 분야의 핵심 업체로서 중국 기업인 화웨이와 경쟁하고 있다. CFIUS는 최근 브로드컴에 보낸 서한에서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면 연구개발(R&D) 비용을 삭감, 퀄컴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화웨이의 시장 지배를 허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CFIU는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면 국가 안보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조사하겠다며 지난 6일로 예정된 퀄컴 주주총회를 30일 연기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11월 퀄컴에 1,300억달러(약 140조원) 규모의 인수를 제안했다가 이를 거절하자 이사회 교체 카드를 꺼내며 적대적 M&A를 추진해왔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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