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국민 남편’이자 ‘국민 형부’로 유명한 배우 김강우가 실생활과는 전혀 상반된 연기를 펼쳤다. 영화 ‘사라진 밤’을 통해서다. 극 중 아내(김희애)를 죽인 남편 박진한 역을 맡아 밀도 있는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 ‘아내를 죽인 남편’이라는 설정만으로 관객들의 공분을 자아내기 충분하지만 김강우의 출중한 연기력은 ‘밉상 캐릭터’를 연민을 자아내는 인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아내를 죽인 남편의 설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는데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출연을 거절한 건 아니고 주저하고 있었다. 영화가 ‘더 바디’의 리메이크작이라는 것과 캐릭터의 위험요소, 신인 감독님의 입봉작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감독님의 전작 ‘소름’이라는 단편영화를 본 뒤 불안감이 사라졌다. 한정된 공간인 PC방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장르의 영화인데 너무 재미있더라. 이런 재미를 만든 분이라면 ‘사라진 밤’ 역시 잘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한 역에 어떻게 접근했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10년 동안 받았고, 쌓여있는 스트레스가 표현이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전사를 많이 깔아야 관객들이 박진한을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많은 장면들을 찍을 줄 알았는데 감독님이 더 안 찍더라. (웃음) 필요한 장면만 찍는데다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영화를 보니 몇 장면만 봐도 충분히 진한의 고통이 느껴졌다. 감독님이 판단을 잘 한 것 같다.”
-아내 역으로 나온 김희애와 부부라기보다 살벌한 관계였다.
“선배님과 정말 따뜻한 멜로를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징그러운 멜로를 찍었다. 그게 많이 아쉽다. (웃음) 늘 농담처럼 ‘내가 너무 조금 나와서 미안해요. 먼저 가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하룻밤 사이에 모든 일을 겪는 캐릭터인데.
“국과수에 있는 장면만 20일 안 되게 찍었다. 리듬을 맞추는 게 힘들었다. 최대한 하루의 순서대로 찍어주려고 감독님도 노력했다. 사람이 하룻밤만 새도 수척해지지 않나.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을 받고, 살이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감독님이 요구하진 않았지만 좀 덜 자고 식사도 안 하는 정도의 노력은 했다.”
-대학 선배인 김상경과 촬영장에서 호흡은 어땠나.
“상경 선배는 워낙 성격이 좋지 않나. 배려도 참 잘 해 주신다. 홍상수 감독님의 ‘하하하’에서 잠깐 연기를 한 적이 있는데 기왕이면 형이 형사일 때 같이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즉 관객으로 봤을 때 형사 옷을 입은 상경이 형은 매력적이다. 인간적인 매력이 잘 투영됐다고 생각한다.”
-‘데릴남편 오작두’에서는 코믹한 자연인 캐릭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오작두’는 오로지 캐릭터만 보고 선택한 작품이다.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은 멋있는데다 재력가다. 너무 많은 캐릭터들이 비슷하다 보니 희소성이 떨어진다. 이에 반해 오작두는 희소성이 있는 캐릭터다. 분명히 이런 남자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고, 대리만족을 하는 여성 시청자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트렌드가 자연으로 돌아가 힐링하는 것 아닌가. 오작두의 자연적인 모습을 통해 힐링을 하고 호감을 느껴주실 거라고 기대해본다.”
-극 중 유이와 호흡은 어떤지 궁금하다.
“유이는 에너지가 넘치고 성실하다. 여배우가 아니라 남배우 같은 느낌이다. 원래 성격이 털털한 건지 이 작품을 위해 노력하는 건지 모르지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대배우라 생각한다. 이 작품에 엄청난 애정을 갖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것만큼 상대배우에게 고마운 일이 또 있을까.”
-데뷔 17년 차가 됐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배우라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특별하게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특별함을 버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난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남자이자 가장이자 아빠이자 남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직업이든 한 직업으로 10년 넘게 종사하는 건 존중 받을 일이다.”
-굉장히 긍정적인데 슬럼프를 느낄 때도 있지 않았나.
“당연하다. 슬럼프야 언제나 있고 이 일을 때려 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를 고민했는데 떠오르는 게 없었다. 요즘에는 습관을 바꿔보려 노력한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나갈 준비를 하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한다. (웃음) 그렇게 단순화시키면서 살아야지 한 작품에 일희일비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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