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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간 줄이자” 프로스포츠 시간 다이어트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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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간 줄이자” 프로스포츠 시간 다이어트에 박차

입력
2018.03.1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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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캠코양재타워에서 열린 KBO 총재 이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정 총재는 취임 이후 '경기 스피드업(가속)' 정책을 강조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캠코양재타워에서 열린 KBO 총재 이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정 총재는 취임 이후 '경기 스피드업(가속)' 정책을 강조하고 나섰다. 연합뉴스

국내 프로야구가 경기 소요시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8일 규칙위원회를 열고 자동 고의4구 도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포수가 마운드에 올라갈 수 있는 횟수도 경기당 2차례만 허용해 정규이닝 기준 1차례를 줄였다. 정운찬 KBO 총재가 취임 이후 줄곧 강조했던 ‘경기 스피드업(가속)’ 정책의 일환이다.

지난해 KBO리그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 21분이었다. 3시간 25분을 기록했던 2016년보다 4분이 줄었지만, 여전히 3시간을 훌쩍 넘는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3시간 8분, 일본 프로야구(NPB)의 3시간 13분과 비교해도 긴 시간이다.

미국과 일본야구 또한 경기시간 단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 규칙을 변경해 시간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MLB는 국내보다 한 해 앞서 자동 고의4구를 도입했고 올해는 팀 전체 마운드 방문 횟수를 6회 이내로 제한했다. NPB는 KBO보다 먼저 올 시즌 자동 고의4구 도입을 결정했다.

경기시간을 단축하려는 움직임은 야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축구 규칙을 관장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지난해 6월 전ㆍ후반 90분 경기를 전ㆍ후반 각 30분씩 60분으로 줄이는 파격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경기와 관계없는 시간은 빼고 60분 동안 경기를 압축적으로 진행하자는 내용이었다.

국제배구연맹(FIVB) 역시 속도감 있는 경기 진행을 위해 지난해부터 ‘서브 8초룰’을 강화했다. 그 동안 심판 재량에 맡겼던 데서 벗어나 서브 선수가 공을 넘겨받은 시점부터 타이머를 엄격하게 가동한다. 의미 없이 낭비되는 시간을 잡겠다는 의도다.

각기 다른 종목의 스포츠가 저마다 경기시간을 줄이고자 나선 이유는 단순하다. 경기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경기를 관람하는 팬들이 지루해하고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긴 경기시간은 경기장 방문을 꺼리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대부분 스포츠 경기가 저녁 시간에 열려 경기가 조금만 길어져도 팬들은 귀가할 교통편을 찾느라 고민해야 한다. 프로스포츠 관계자들에게 긴 경기시간은 새로운 팬의 유입을 막고 기존 팬의 이탈을 가져오는 장애물이다.

하지만 경기 규칙 변경으로 경기시간을 줄이려는 시도에 현장의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MLB 시카고 컵스의 조 매든 감독은 최근 마운드 방문 횟수 축소 방침과 관련해 “마운드 방문은 야구에서 중요한 요소이자 결정적 순간”이라며 “방문 제한 규정은 충분한 논의 없이 결정됐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덧붙여 “고의4구 생략으로 경기시간이 크게 줄지도 않을 것”이라며 자동 고의4구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을 표출했다. MLB 선수노조는 부상 등을 이유로 올해 초 사무국이 제시한 경기 규칙 변화를 거부하기도 했다.

경기시간을 줄이려는 제도적 노력이 실제 경기시간 단축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MLB는 지난해 자동 고의4구와 이닝 교대시간 제한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지만, 오히려 역대 최장 평균 경기시간을 기록하며 경기시간 단축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순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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