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내 유일한 여군에게 여자화장실 사용을 제한하고 회식에서 배제하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힌 주임 원사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징계를 권고했다. 상부에 보고한 뒤 열쇠를 받아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던 여군은 이마저 여의치 않을 때는 탄약통을 요강으로 써야 했다.
12일 인권위에 따르면 2016년 9월 육아휴직 후 육군 한 포병대대에 복직한 하사 A씨는 화장실 이용에 큰 불편을 겪었다. 부대는 유일한 여군이던 A씨에게 화장실을 외부인과 함께 사용해야 한다며 “보고 후 열쇠를 받아 화장실을 사용하라”고 했다. 이마저도 잦은 고장이 나자 A씨는 50m 떨어진 면회객 화장실을 사용했으나 병사들이 입구에서 훈련대기 중일 때는 출입이 불편해 고장 난 화장실에서 플라스틱 탄약통을 요강으로 사용해야 했다.
그러나 주임 원사 김모씨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해 10월 유격훈련 당시 설치된 여성전용샤워실과 여자화장실을 두고 “대대장이 쓰기로 했으니 간이화장실을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진행된 대대전술훈련에서 A씨에게 “소나무 구덩이 등 화장실이 지천”이라고 면박을 준 상관도 있었다. 원사 김씨는 대대장 원모 중령과 함께 회식에서 A씨를 배제시키는가 하면 “공사 중인 여자휴게실이 완공되면 컴퓨터를 옮겨 일하라” 등 A씨를 소외시키는 지시까지 했다.
참다 못한 A씨가 부대 내 양성평등상담관에게 상담을 요청했지만 “성희롱 관련 일이 아니면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말에 울컥해, 4년 전 상급자로부터 노래방에서 성추행 당한 사실을 털어놓기까지 했다. 현재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A씨는 폭로 이후 부대 상급자로부터 “부대를 풍비박산 내고 간다”는 면박을 당했다.
이에 인권위는 “부대 내에서 피해자를 동료로 인식하지 않고 배제와 소외로 모욕감을 준 점은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피진정인(원사 김씨)을 징계하고 대대장을 엄중 경고할 필요가 있다”고 육군참모총장 등에 권고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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