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의 삶과 문학을 조명하는 전시 공간인 서울도서관 ‘만인의 방’이 시인의 성추행 논란 끝에 결국 철거됐다. 철거된 자리는 대신 ‘서울광장’의 역사를 기록, 전시하는 공간으로 채워진다.
서울도서관은 정기 휴관일인 12일 오전 3층 전시실에서 만인의 방을 철거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의 3ㆍ1운동 10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만인의 방을 만든 지 111일만이다.
서울시는 고은 시인이 과거 문인 후배들에게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터져 나오고 교과서에서 그의 작품을 지우는 방안까지 논의되자 지난달 말 철거 방침을 세우고 관람객의 접근을 막아왔다.
이정수 서울도서관 관장은 “폐쇄할 때 고은 시인 측에 알렸고 ‘그동안 수고 많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만인의 방은 고은 시인이 자신의 대표작 ‘만인보(萬人譜)’에서 따 직접 이름 붙인 공간이다. 시인이 25년간 만인보를 집필한 경기 안성시 ‘안성서재’를 재현한 곳과 3ㆍ1운동, 항일 독립운동가들과 관련된 육필 원고를 전시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시인으로부터 기증 받은 도서 600권과 원고와 메모 200편, 안경과 필기구 등 개인 물품이 전시돼 있었으나 철거에 따라 이들은 모두 고은 시인에게 반환된다.
시는 해당 공간을 서울광장에서 있었던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과 재작년 촛불 집회 당시를 기념하는 공간으로 바꿀 예정이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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