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불법정치자금수수 혐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이명박(MB) 전 대통령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민간인 불법사찰, 원전비리 등 이 전 대통령 재임 중에 생긴 비리 혐의에 얽혀 여러 차례 검찰조사를 받았던 그는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또 사법처리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검찰은 11일 박 전 차관을 소환해 2007년 대선 전 MB측이 받은 불법자금과 대통령 취임 후 받은 인사청탁금의 진위와 성격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박 전 차관은 한동안 검찰의 연락을 받지 않아 잠적설이 돌기도 했으나 8일 검찰 조사 요구에 응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박 전 차관은 '왕차관'으로 불린 MB 정권의 실세 중 실세였다.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으로 서울시장 재임 시절 정무보좌역을 맡으며 최측근으로 자리잡았다. MB 정부에선 대통령실 기획조정비서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등을 거쳐 2010년 지식경제부 제2차관 자리에 올랐다.
정권 말기 이 전 대통령의 힘이 빠지자, 그는 검찰청의 단골 손님이 됐다. 2012년 5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시행사인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함께 1억6,478만원을 받은 혐의로 박 전 차관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구속됐다. 그가 2008년 MB의 신임을 얻어 청와대 대통령기획조정비서관으로 근무할 때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서울시 공무원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았던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그는 구속된 지 한 달 뒤 민간인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2013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 받아 형을 살았다.
비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0년 10월부터 2011년 4월까지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으로부터 청탁 명목으로 수백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징역 6월을 최종 선고받고, 총 2년6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이번에 박 전 차관은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많은 의혹 가운데 불법정치자금 수수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5일 박 전 차관을 비롯해 송정호 전 법무장관, 최 전 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MB참모들 4인방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2008년 MB취임 전후 민간 기업 등으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한 것과 관련한 압수수색이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끝나지 않은 왕차관의 관재수(官災數)로, 검찰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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