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발판으로 주가 급등하다
작년 성장세 꺾이며 큰 타격
판매지역 다변화 시간 걸릴 전망
지난 2014년 11월 미국 경제 전문 통신사 블룸버그가 세계 200대 부자 순위를 발표하자 재계는 크게 술렁였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200대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순위권 안에 있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서경배 회장이 국내 굴지의 재벌 대기업 오너들을 제치고 세계 200대 부호 명단에 이름을 올리자 재계는 아모레의 빠른 성장세를 다시 눈여겨 보게 됐다. 서 회장 재산이 크게 불어난 것도 회사 성장세를 바탕으로 아모레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2013년 100만원 수준이었던 아모레 주가는 2014년 9월 239만원을 기록하는 등 9개월 만에 두 배 이상 올랐다. 2015년 3월에는 300만원을 돌파하며 브레이크 없이 급등세를 이어갔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아모레 화장품 판매가 급증하면서 당시 아모레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했다”며 “전자나 자동차 등 전통적 제조업이 아닌 화장품 업종에서 300만원 대 주가가 나온다는 것에 화장품 업계는 물론 재계도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끝이 없을 거 같던 아모레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한 것은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이 시작된 지난해 초부터다. 경제 보복으로 여행과 유통업계 다수의 국내 기업이 피해를 보았으나, 중국 시장에 크게 의지했던 아모레만큼 큰 타격을 받은 기업은 몇 안 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2%나 줄어들었다. 매출액도 1년 만에 10%가 빠졌다. 그 사이 화장품 업계 만년 2위 자리에 머물던 LG생활건강이 아모레를 밀어내고 매출 기준 1위 업체로 부상하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외 음료와 생활용품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피할 수 있었다. 실적 부진은 곧바로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최근 3개월 새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11% 이상 하락했다. 2015년 15위까지 올랐던 아모레의 시가총액 순위도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경제보복 조치를 해제했으나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지 않는 등 시장 불확실성은 여전해 아모레의 올해 실적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수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가 추진 중인 판매지역 다변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며 “올해 상반기 턴어라운드(실적개선)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중국발 악재로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아모레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직권 조사를 받으며 한층 더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 사이의 부당지원 거래 혐의 등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는 화장품 제조ㆍ판매를 하는 ‘이니스프리’, ‘에뛰드’ 뿐 아니라, 의약품 제조를 하는 ‘에스트라’, 인쇄업을 하는 ‘퍼시픽패키지’, 제품포장을 하는 ‘위드림’ 등 다양한 회사를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다. 공정위는 화장품 원료 거래와 제품 포장 등의 업무에서 아모레 계열사 간 부당한 내부거래가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서 회장 장녀 서민정 씨가 지분을 가진 계열사에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는지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내부거래와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없는지 등을 조사하는 게 공정위 기업집단국의 주요 업무”라고 말했다.
아모레 관계자는 “공정위가 어떤 부분을 조사하는지 정확히 모르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미국과 호주, 중동 등 신시장 개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고, 중국 경제 보복 조치도 풀린 만큼 올해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