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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김정은-트럼프 쌍중단 합의 후 비핵화 6자회담 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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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김정은-트럼프 쌍중단 합의 후 비핵화 6자회담 열 것”

입력
2018.03.12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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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자세 바꾼 까닭

核 완성 후 ‘북미수교’ 시점 판단

경제 회복해 정상국가 도약 마련

#트럼프의 대화 수용 이유

11월 중간선거 위한 성과 필요해

‘동상이몽’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

#파격제안 어깃장 보수에 일갈

김정은 진정성만 바라면 연목구어

말을 행동으로 끌어내는 게 외교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美北 오가며 중재’ 우리의 운명

이번에 잡은 운전대 놓지 말아야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2월 통일부 출신 관료 중 처음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노무현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까지 지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과 원광대 총장 등을 거쳐 2015년 10월부터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장관 재직 당시 2004년 12월 가동되기 시작한 개성공단의 산파 역할을 했다. 1945년 만주 태생이다. 사진은 2015년 8월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정 이사장. 한국일보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2년 2월 통일부 출신 관료 중 처음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노무현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까지 지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과 원광대 총장 등을 거쳐 2015년 10월부터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장관 재직 당시 2004년 12월 가동되기 시작한 개성공단의 산파 역할을 했다. 1945년 만주 태생이다. 사진은 2015년 8월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는 정 이사장. 한국일보

정세현(73)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11일 “김정은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며 ‘진심 타령’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북한의 진정성만 바라는 거야말로 연목구어(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한다)”라고 일갈했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의 시발점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파격 제안에 대해 어깃장부터 놓는 보수 진영 일각의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그는 “말이 행동으로 이행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게 바로 외교”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때인 2002년 2월부터 2004년 6월까지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이날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 이사장은 아울러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한미는 연합군사훈련 규모를 축소하는, 사실상 ‘쌍중단’에 북미 정상이 합의한 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이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_5월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 같은 급진전을 누가 예상했을까.

“지난 9년간 북한 핵 능력이 급속히 고도화했다. 문재인 정부는 나쁜 유산을 물려 받은 셈이었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나선 기회를 정부가 잘 활용한 건 맞지만 솔직히 북미 정상회담까지 기대하지는 않았을 거다. 망외 소득이다. 문 대통령이 운이 좋다.”

_김 위원장이 돌연 자세를 바꾼 까닭이 뭐라고 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을 흔쾌히 수용한 것도 놀라운 건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부라고 하지만 제재와 압박은 김 위원장이 전향한 배경의 일부다. 더 큰 이유는 국가 목표 전환이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로 넘어오면서 핵ㆍ경제 병진 노선을 고수하다 지난해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그러니 이제 경제다. 그러려면 국제적 도움이 필요하다. 그걸 일거에 해결하는 방법이 북미관계 개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요인이 크다. 11월 중간선거까지 끌고 가려면 5월쯤엔 바람을 일으켜야 했다. 현재 맞닥뜨린 국내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도 국제정치 영역의 성과가 필요했다. 요컨대 김정은은 경제, 트럼프는 정치 성과가 각각 절실했고, 양측 수요가 맞물리면서 상황이 전광석화로 전개됐다. 오월동주(적들이 한 배에 탄 모양)가 동상이몽(같은 자리에서 다른 꿈을 꾼다)으로만 끝나진 않을 가능성이 큰 이유다.”

_김 위원장이 바라는 게 경제 회복뿐인가.

“핵 카드로 북한이 받아내려는 보상은 북미 수교다. 사반세기 동안 간직해온 비원(悲願)이다. 이미 1990년대 초 북한은 미국에 수교를 요청했다 거절 당한 경험이 있다. 그때는 변변한 카드가 없었다. 이후 와신상담했고 이제 협상 가능한 시점이 됐다고 판단한 거다.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마련하려는 건 정상국가 도약 계기다. 깡패국가나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 같은 오명을 벗겠다는 열망이 김 위원장에게 강하다. 특사단에게 노동당 청사를 처음 공개한 것도 그렇지만 부인인 리설주를 만찬에 배석시켰다는 걸 듣고 ‘김 위원장 머릿속에 북미 정상회담도 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_북한 노림수가 결국 주한미군 철수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비핵화 조건으로 내걸면 평화협정 체결은 안 된다. 북미 수교도 마찬가지다. 그것까지 들어줄 생각이 미국에겐 없다. 북한도 안다. 그래서 김일성 주석이 1992년 1월 김용순 당시 노동당 국제비서를 뉴욕에 보내 아널드 캔터 미 국무부 부장관에게 ‘수교 조건으로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2000년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도 ‘탈냉전 뒤 미군이 동북아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주한미군 주둔 양해도 선대 유훈이다.”

_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예상하면.

“6자 회담 재개로 가닥을 잡지 않을까. 한미훈련을 규모를 줄이거나 전략무기를 빼고 하는 식으로 미국이 군사 위협 해소 의향을 실천해 6자 회담 여건을 만들 것이다.”

_최종 비핵화 목표 달성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빨라야 5~6년이다. 비핵화 프로세스 가속화 관건은 한미가 대북 경제 지원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다. 2005년 9ㆍ19 공동성명을 보면 비핵화, 북미ㆍ북일 수교, 평화협정 등과 함께 경제 지원이 들어가 있다. 미국의 적성국 핵 폐기 선례를 보면 돈을 주고 사가서 해체하는 방식이다. 빨리 하면 진도도 빨리 나간다. 김정은의 진심을 어떻게 믿냐고 타령하는 사람들은 절대 외교 정책 결정 축선에 가면 안 된다. 북한의 진정성만 바란다면 연목구어다. 말이 행동으로 이행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게 외교다.”

_우리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을 해 달라.

“미국이 내건 조건은 괜찮고 북한 조건만 나쁘다는 악당론에 근거한 반북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하면 실사구시 외교가 어렵다. 북핵 해결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을 오가며 중재해야 하는 건 피해 당사자인 우리의 운명이다. 그래서 한반도 운전자가 돼야 하는 거다. 셔틀 외교를 통해 이번에 잡은 운전대를 놓지 말아야 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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