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이중 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에 사용된 신경작용제의 흔적이 암살 타깃이었던 러시아인 부녀가 들른 음식점과 주점에서도 발견됐다. 영국 보건당국은 이에 따라 현지 시민들에게 안전 경계령을 내렸다.
AFP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의 최고의학자문관인 샐리 데이비스 박사는 11일(현지시간) 신경작용제의 흔적이 영국 솔즈베리의 레스토랑 ‘지지(Zizzi)’와 대중주점 ‘더 밀(The Mill)’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두 곳은 모두 지난 4일 의식 불명 상태로 한 쇼핑몰 앞 벤치에서 발견된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 율리아(33)가 그에 앞서 들렀던 장소다. 러시아군 정보담당 대령 출신인 스크리팔은 과거 유럽에서 활동하던 중, 영국 해외정보국(MI6)에 포섭돼 러시아 요원 관련 정보를 넘기는 등 이중 스파이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러다 2004년 이 사실이 들통나 러시아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2010년 미국과 러시아 간 스파이 맞교환으로 풀려났고, 그 이후부터 영국에서 지내 왔다.
데이비스 박사는 “이 곳(지지, 더 밀)을 방문한 사람들 중 누구의 건강도 해치지 않을 것으로 믿지만, 일부에선 장기 노출에 따른 건강 문제도 우려하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지난 4일 오후 1시30분 이후부터 다음날 저녁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당시 입었던 옷과 소지품들을 깨끗이 세탁하라”고 권고했다.
영국 보건당국은 혼란을 우려한 탓인지 이 같은 조치가 ‘예방적 차원’임을 강조했다. 공중보건국(PHE)은 보도자료에서 “(신경작용제의) 물질들이 사람들의 소지품이나 옷에 소량 남아 피부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매우 낮다”면서도 예방 차원의 세탁ㆍ소독 조치를 취해 달라고 밝혔다. 현재 병원 중환자실에 있는 스크리팔 부녀는 여전히 중태에 빠져 있고, 이들이 발견된 현장으로 출동했던 경찰관 1명과 일반 시민 18명 등도 독성물질 노출과 관련해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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