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원주 DB와 서울 SK의 2017~18 정관장 프로농구 경기가 열린 원주종합체육관. 정규리그 우승에 필요한 매직넘버를 ‘1’만 남겨 놓았던 DB는 예상 외로 69-79의 완패를 당했다. 그러나 이상범 DB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을 라커룸에서 대기했고, 체육관을 메운 4,000여 명의 팬들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같은 시간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위 전주 KCC와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KCC가 패할 경우에도 DB의 남은 매직넘버는 지워지기 때문.
원주 경기가 먼저 끝났기 때문에 DB 선수들은 전주 경기 중계에 시선을 고정했고, 삼성의 88-83 승리로 끝난 순간 우승 세리머니를 위해 모두 코트로 몰려 나왔다. 38승15패가 된 DB는 13일 시즌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DB가 정규리그를 제패한 건 전신 동부 시절인 2011~12시즌 이후 6년 만이다.
비록 홈 팬들 앞에서 승리로 마무리하진 못했지만 올 시즌 DB의 행보는 놀라웠다. 안양 KGC인삼공사에 이어 DB까지 리빌딩에 성공해 명장의 반열에 올라선 이상범(49) 감독은 “믿고 따라준 선수들에게 가장 고맙다. 손발이 되어준 코치들, 늘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은퇴를 예고한 김주성(39)은 개인 통산 다섯 번째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고 현역 마지막 정규리그 홈 경기를 마쳤다. 그는 2002년 중앙대 졸업 후 DB의 전신인 원주 TG삼보에 1순위로 지명돼 입단한 후 지금까지 원주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세 차례 이끌었고, 정규리그 MVP 두 번, 챔피언결정전 MVP로도 두 번, KBL 베스트 5에 8차례 등 화려한 수상 기록을 남겼다. 통산 득점은 1만276점, 리바운드는 4,423개로 서장훈(1만3,231득점, 리바운드 5,235개)에 이어 역대 2위다. KBL 유일의 1,000블록슛(1,037개)은 당분간 깨지기 힘든 대기록으로 평가 받는다. 김주성은 “올 시즌 약체로 평가 받고 다들 꼴찌할거라 했는데 우리 선수들과 팬들은 그렇지 않을 거라 자신했다”고 말했다.
한편 DB의 패배 소식을 경기 도중 접한 KCC는 사력을 다했지만 삼성에 덜미를 잡혀 우승 도전의 꿈이 무산됐다. 공동 2위가 된 KCC와 SK는 13일 4강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놓고 마지막 맞대결을 벌인다. 4위는 울산 현대모비스로 정해졌고, 6위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티켓은 안양 KGC인삼공사와 인천 전자랜드가 나눠 갖는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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