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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코끼리 공격까지 받는 로힝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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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코끼리 공격까지 받는 로힝야족

입력
2018.03.1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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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코끼리 출현 주의를 알리는 알림판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코끼리 출현 주의를 알리는 알림판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로힝야족 난민캠프에 살고 있는 모하마드 알리 조하르(47)씨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야생 코끼리 공격 때문이다. 그는 현지 아랍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5개월 동안 코끼리로부터 여러 번 공격을 받았다”며 “낮에는 식수와 식량 전쟁, 밤에는 코끼리와의 전쟁을 벌이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난민캠프에 있는 후세인 모하마드씨는 “안전한 곳을 찾아 여기까지 왔지만 안전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그는 텐트로 들이닥친 코끼리가 그 자신을 들어올려 내동댕이치면서 의식을 잃은 적이 있다. 응급조치로 생명은 부지했지만 후유증이 심각하다. 그의 친구들은 그가 이따금 논리에 맞지 않는 이상한 말을 쏟아낸다며 정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의 유혈탄압을 피해 국경을 넘어온 난민들이 이번에는 야생 코끼리로부터 고통 받고 있다. 11일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최소 10명의 로힝야족이 코끼리에 밟혀 숨졌다. 코끼리의 공격은 집계조차 어려울 정도로 횟수가 늘고 있지만 유엔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지 한 난민캠프 교사인 안서씨는 1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머물 곳이 부족해 지금도 난민캠프 건설이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숲 속에 난민촌을 지으면서 코끼리와 자주 충돌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8월 미얀마 군부의 유혈탄압이 시작된 이래 방글라데시로 넘어온 난민 수는 현재 70만명으로 추정된다.

야생 코끼리가 빈번하게 출현하는 곳은 나야파라 난민캠프로, 구투팔롱 캠프보다 숲에 근접해 있다. 안서씨는 “숲에 근접한 캠프라고 하지만 사실상 숲 속”이라며 “코끼리가 오랜 기간 살고 있던 영역으로, 사람과 코끼리의 충돌은 오래 갈 것”이라고 말했다.WSJ이 공개한 동영상

에 따르면 집채보다 큰 덩치의 코끼리가 난민캠프를 휘젓고 다니면서 텐트를 마구 짓밟는다. 그 주변으로 난민들은 코끼리를 피해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당시 수용시설 안에 있으면서 제때 피하지 못한 어린이 1명을 포함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앞서 지난해 10월 발루칼리 난민캠프에서 수풀에 비닐 천막을 치던 로힝야족 여성 1명과 어린이 3명이 코끼리떼에 밟혀 숨지기도 했다.

UNHCR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 함께 코끼리들의 이동로를 파악해 난민들이 해당 지역에 판잣집을 짓지 않도록 하는 한편 감시탑 50개를 추가 설치키로 했다. UNHCR 관계자는 “우선 코끼리의 접근을 사전에 알리는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난민과 야생동물의 공존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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