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명예훼손 혐의 부인 진술서만 제출
검찰, 재통보ㆍ방문조사 등 검토
5ㆍ18민주화운동 왜곡 논란과 함께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검찰의 두 차례 소환통보에 불응했다. 대신 ‘무관하다’는 혐의를 부인하는 진술서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광주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전두환 회고록’ 내용 중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은 전 전 대통령에게 지난달말부터 이달초까지 두 차례 소환장을 보냈으나 응하지 않고 있다.
생전에 조 신부는 1980년 5월 21일 무장헬기가 시민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펴낸 회고록에서 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성직자가 아니다’고 적었다.
오월단체와 조 신부의 유족은 전 전 대통령이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며 지난해 4월 광주지검에 고소ㆍ고발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그동안 조 신부와 전 전 대통령의 주장이 다른 만큼 38년 전 헬기사격 여부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해 왔다. 특히 지난달 국방부특별조사위원회가 “육군은 1980년 5월 21일 공격헬기 500MD와 기동헬기 UH-1H를 이용, 광주시민을 향해 여러 차례 사격을 가했다”며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공식 인정했다.
검찰은 정부의 헬기사격 확인 등으로 ‘전 전 대통령이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판단, 고의로 허위사실을 회고록에 담았는지를 밝히기 위해 두 차례 소환을 통보했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건강상 등을 이유로 즉각 소환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혐의를 부인하는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진술서를 받았기 때문에 아직 검토할 부분이 더 남아 있다”며 “소환통보 등 조사방법이나 기소여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방침은 없다”고 말했다.
김양래 5ㆍ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헬기를 통한 무력진압이 국방부 공식 조사로 확인되면서 헬기사격은 명백한 사실이 됐다”며 “전두환은 당당하게 검찰 조사에 응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