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에 “의원 사퇴”
서울시장 경선 열기에 찬물
불륜 의혹 제기된 박수현
보복성 정치 공작 해명 불구
충남지사 당내 검증 통과 불투명
지지층 실망… 야당엔 기회
‘미투(#Me Too)’ 운동 쓰나미에 6ㆍ13 지방선거의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 성폭행 파문에 이어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정봉주 전 의원과 민병두 의원까지 성추행 의혹에 휩싸이면서 여권의 지방선거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11일 민주당은 경선 흥행 기대감이 높았던 서울시장 경선 후보군까지 미투 폭로가 확대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당초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현 서울시장을 포함해 박영선ㆍ우상호ㆍ민병두ㆍ전현희 의원 등 현역 의원 4인과 정봉주 전 의원 등 모두 6명의 후보자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 전 의원과 민 의원이 차례로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정 전 의원은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복당 심사 과정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고 민 의원은 아예 의원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당 차원에서는 민 의원 측에 사퇴 재고를 요청한 상태다.
민주당은 애초 후보 간 각축전이 치열한 서울시장 경선에 2단계 경선을 도입해 흥행을 유도하고 전체 경선 판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전략이었지만 후보군 축소로 경선 열기가 급격히 가라앉는 분위기다.
미투 폭로로 직격탄을 맞은 충남의 경우는 추가 성 추문이 나오면서 지지층 이탈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충남지사 출마를 준비중인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불륜 의혹이 당내에서 제기된 상황에서 그의 전 부인 측이 여자 문제로 이혼했다는 폭로까지 하자 위기감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박 전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대변인 재직시 전 부인과 이혼협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백억원대의 특혜를 주도록 강요 받았지만 거절한 결과 보복성 정치공작을 당하고 있다”며 해명했다. 박 전 대변인은 ‘지방의원 공천을 받은 김모씨와의 불륜 때문에 아내와 이혼했다’는 전처 측 주장도 거짓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 구성을 조속히 마무리하는 한편 후보자 검증과정에서 보다 엄정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방침이다. 특히 성추문 의혹의 중심에 있거나 대상으로 떠오른 인사에 대해서는 후보에서 원칙으로 배제하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공직 후보자 적격 심사를 추가로 받고 있는 박수현 전 대변인의 경우 당 최고위원회 차원에서 ‘부적격’ 판정으로 의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변인의 해명과 별개로 선거운동을 계속 하는 것이 충남 경선뿐 아니라 지방선거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탓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미투 폭로 자체만으로 여권 지지층이 야권으로 바로 향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유리했던 선거 구도에 변화가 생긴 건 사실”이라며 “미투 운동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섣불리 재단할 수 없는 만큼 추이를 지켜보면서 선거 전략을 전체적으로 다시 정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낮은 정당 지지율로 후보조차 내지 못하던 야권은 민주당의 악재로 단결의 동력을 얻게 된 모양새다. 한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율이 여전히 높긴 하지만 적폐청산이라는 프레임에는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면서 “특히 중도층의 경우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는 명분이 생겼고 야권엔 분명한 기회”라고 분석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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