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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24시] 미국 ‘둠스데이 마케팅’ 호황… 1년치 비상식량 세트도 등장

입력
2018.03.11 15:4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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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트코, 4인가족용 선보여

“프라이버시 위해 포장 배달”

북핵ㆍ자연재해로 다시 증가세

대형 할인 매장 체인인 코스트코에서 판매되고 있는 1년치 비상식량 세트. 코스트코 홈페이지
대형 할인 매장 체인인 코스트코에서 판매되고 있는 1년치 비상식량 세트. 코스트코 홈페이지

둠스데이(doomsdayㆍ종말의 날)는 단지 영화 산업의 마케팅 소재만은 아니다. 핵전쟁이나 자연 재해 등으로 종말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해 냉동 건조된 비상식량과 마스크 등 비상 장비를 전문으로 생산 판매하는 회사들이 틈새 시장을 만들기 시작한 건 꽤 오래 전이다.

이런 종말 마케팅의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대형 할인매장 체인인 코스트코가 4인 가족의 1년치 비상 식량 세트를 팔고 있다고 폭스뉴스가 최근 전했다. 가격은 6,000달러로 3만 6,000가지 식품으로 구성된, 둠스데이를 대비한 비상 식량 세트다. 홍보 문구엔 ‘비상 상태나 자연 재해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적인 식품을 갖고 있다는 데서 오는 편안함을 즐겨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1인당 하루 2,000칼로리 섭취에 맞춰진 이 세트는 냉동 건조된 브로콜리, 옥수수, 바나나, 딸기 등 야채와 과일, 인스턴트 파스타ㆍ우유, 육포 등 다양한 식품으로 구성돼 있다. 유통기한은 최대 30년이다. 둠스데이에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이웃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매장 측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조심스럽게 포장돼 배달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같은 둠스데이 시장은 2005년 뉴올리언즈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에 일부 형성됐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선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의해 불이 붙었다.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는 시장 규모가 줄었다고 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이해하는 것은 좌파들이 권력을 잡을 때 우파들이 패닉에 빠진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격한 군사적 위협을 쏟아내며 핵전쟁 우려가 커지면서 둠스데이 시장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아울러 잇단 허리케인에다 최근에는 겨울 폭풍까지 미 북동부를 덮치는 등 자연재해가 잇따르는 것도 시장 규모를 키운 요인이다.

피해망상증으로 이 같은 제품들을 진지하게 구입하는 이들이 있지만, 둠스데이 시장은 유머와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코스트코가 둠스데이 비상식량 세트를 판매한다는 소식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1년간 쇼핑을 하기 귀찮으면 이 제품을 사라”거나 “(굳이 지금 살 필요 없이) 좀비 종말 시대가 오면 코스트코에 가면 된다. 좀비들은 회원권이 없어서 코스트코에 들어가지 못하니까”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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