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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재인 케어’,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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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재인 케어’,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사회

입력
2018.03.11 13:5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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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로 새 정부가 탄생하고 얼마 되지 않은 지난해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어린이 병동을 찾아갔다.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비급여 해결”, “가계파탄 방지”, “적정한 수가지불” 등을 발표하자 참석자들은 탄성을 질렀고 언론은 ‘문재인 케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만큼 파격적이고 획기적이었다.

문재인 케어는 1989년 이룩된 ‘전국민 의료보장’의 ‘불완전성’에서 시작된다. 1977년 의료보험을 시작한 지 12년 만에 국민 모두가 가입하는 전국민 의료보장을 달성한 것은 최단 시간 내에 보편적 적용을 실현한 세계적 대기록이었다.

사회보장사에 남는 자랑스러운 일이었지만 1989년의 개혁은 불완전한 의료보장이었다. 모든 의료서비스를 건강보험에 넣지 못하고 절반 정도를 비급여로 남겨 둔 것이 치명적이었다. 보험 적용을 받은 후에도 본인부담금은 부담스러웠고 상한선이 없는 고액진료비는 여전히 중산층 가계를 위협하고 있었다. 그 틈새를 건강보험보다 비싼 실손보험이 파고들었고 간병비 부담이 진료비보다 많아지게 되었다. 배보다 배꼽이 커진 것이다. ‘의료보장’이 아니라 ‘진료비 할인제도’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문재인 케어’는 이에 대한 대응이다. 모든 의료서비스를 건강보험이 포괄하고 가계파탄을 막을 수 있도록 보장성을 확대해서 ‘건강보험 하나로’ 국민들이 건강과 가정경제를 지킬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줄어든 의료비 부담은 가계의 구매능력을 보강하여 생산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비보험’ 인구를 없앤 것이 제1차 전국민의료보장이라면 ‘비급여’를 없애는 것은 제2차 전국민의료보장이라 할 수 있다. 1989년의 개혁을 2022년에 완성하자는 일이다.

건강보험의 의료보장과 재원은 동전의 양면이다. 국민을 위한 의료보장이라는 것이 건강보험의 앞면이라면 병ㆍ의원이 진료를 하기 위한 공공재원이라는 측면은 뒷면이다. 그 동안 급여의 범위와 수가의 설정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는 풀기 쉽지 않은 갈등을 빚어 왔다. 수가가 불충분하고 심사가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의료계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의 운영이 가능했던 것은 비급여 진료가 완충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은 지극히 역설적이다.

문재인 케어에 의해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게 되면 이 완충지대는 사라지게 된다. 병ㆍ의원도 ‘건강보험 하나로’ 진료를 해야 한다. 그러면 수가 설정과 진료비 심사의 합리성과 정확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급여로 들어오는 비급여 수가를 적절히 설정함은 물론 기존의 수가들도 높낮이를 균형 있게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전면 급여화’는 곧 수가의 ‘전면 재설정’을 의미하는 것이고 심사평가제도의 대개혁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8월 9일 대통령 발표에서 “적정한 수가지불”이 세 번째 항목으로 명시됐던 것이다.

수가 조정이 병ㆍ의원의 경영 정상화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수가는 의료서비스의 구성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수가가 너무 높으면 돈이 낭비되고 너무 낮으면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 수가 수준이 들쭉날쭉하면 과잉과 과소가 기형적으로 배합되어 의료서비스 구성을 왜곡한다. 병에 맞춘 의료가 아니라 수가에 맞춘 의료를 하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케어의 수가 재설정은 병ㆍ의원의 ‘경영 정상화’와 국민들의 ‘의료 정상화’에 명확한 목표를 두고 진행되어야 한다.

문재인 케어를 하면 건강보험이 팽창하여 국민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건강보험 급여가 늘면 개인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는 줄어든다. 반대로, 비급여를 건강보험 밖에 방치하면 의료비는 더 빨리 늘어난다. 따라서 건강보험의 몫을 늘리는 것이 총의료비를 줄이고 의료비를 절도 있게 쓰는 방법이다. 고령화가 더 진행이 되기 전에 건강보험 체계를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이유이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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