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동계 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장애인 노르딕스키 국가대표 신의현(37ㆍ창성건설)이 첫 출전 종목에서는 5위를 했다.
신의현은 10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남자 7.5km 좌식 종목에서 24분 19초 9를 기록했다.
그는 첫 0.75km 구간을 2분 13초 4에 주파하며 전체 20명의 선수 중 가장 빠르게 통과했다. 그러나 2.3km 구간에서 3위로 처졌고, 첫 사격 포인트에서 페널티를 받으며 선두권보다 18초 뒤졌다. 5km 구간에서 4위로 반등했지만, 5.2km 사격 코스에서 다시 한 번 페널티를 받아 5위가 됐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는 남은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에서 다섯 종목에 더 출전한다. 장거리에 강한 면모를 보여온 신의현은 바이애슬론 12.5km, 15km에서 다시 메달에 도전한다.
신의현은 스물여덟 살까지만 해도 건강하게 두 다리로 땅을 딛고 있던 청년이었다. 하지만 2006년 2월 일어난 끔찍한 사고가 모든 걸 바꿨다. 차를 몰고 귀가하다 마주 오던 차와 정면충돌했고, 7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양쪽 무릎 아래를 잘라내고 목숨을 구했다.
어렵게 건진 생명이었지만 ‘장애인의 삶’에 적응하는데 3년의 시간이 걸렸다. 방에 틀어박힌 채 오히려 자신을 살려낸 가족과 의료진을 원망하기도 했다. 사고 후 6개월이 돼서는 부모님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베트남 출신의 김희선(30)씨와 국제결혼도 감행했다. 당시 19세 꽃다운 나이에 한국에 온 김희선씨는 사고 후유증으로 예민해진 남편 때문에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런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운동이었다. 2009년 휠체어 농구 선수로 새 삶을 시작, 장애인아이스하키(아이스슬레지하키), 손으로 바퀴를 굴리는 핸드사이클을 차례로 섭렵하는 등 뛰어난 운동신경을 뽐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잠재력이 폭발한 노르딕스키는 36세의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 2015년 민간기업 최초의 장애인 실업 팀인 창성건설 스키 팀에 합류했는데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는 등 1년여 만에 세계 정상급 선수로 떠올랐다. 지난 해 3월 평창테스트이벤트(올림픽 전 시범경기)에서는 금ㆍ은ㆍ동메달을 한 개씩 목에 걸었고, 지난달 4일 핀란드 월드컵에서는 금메달(바이애슬론 스프린트)을 따며 평창 패럴림픽에서 가장 주목 받는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한편, 남자 7.5km 좌식 우승은 23분 49초 7을 기록한 미국의 다니엘 크로센(38)이 차지했다. 같은 종목에 출전한 이정민(34ㆍㆍ창성건설)은 26분 2초 5로 11위에 올랐다.
평창=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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