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 ‘미투’(MeToo) 운동인 ‘모스크미투’(MosqueMetoo)로 무슬림 여성들의 인식이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저명한 이집트 여성학자 모나 엘타하위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8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무슬림 여성으로 살아온 50년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흥분되는 시기”라며 이같이 밝혔다.
‘모스크미투’는 무슬림 여성이 하지를 비롯한 종교적 활동 중에 성적 괴롭힘을 당한 경험을 공유하는 운동이다. 모스크미투라는 이름은 이슬람교 예배당인 모스크와 미투 운동의 합성어다. 엘타하위는 지난달 트위터를 통해 처음 모스크미투를 제안했고 이후 세계 곳곳에서 무슬림 여성들이 피해경험 공유가 이어지고 있다.
모스크미투가 시작된 배경에는 하지가 있다. 하지는 무슬림이 지니는 종교적 의무 중 하나로 무함마드가 태어난 메카와 메디나 순례를 의미한다. 1년에 200만 명 이상 참가하는 세계 최대 종교행사지만 가장 성스러워야 할 공간에도 성범죄가 있었다. 순례자들이 밀집돼있어 성추행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엘타하위는 지난달 트위터를 통해 15세 때 하지 도중 성폭행을 경험한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무슬림 여성들이 신앙생활 도중 성폭력을 당했을 때 침묵하지 않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모스크미투’ 운동을 제안했다. 그 중에서도 그녀가 모스크미투를 시작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파키스탄 여성 사비카 칸의 페이스북 게시글은 2,000회 이상 공유되기도 했다.
이후 엘타하위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하지 도중 겪었던 성폭행을 고백한 이후 여성들의 비슷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며 “미투 운동은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라는 점에서 인종, 계급, 젠더, 종교적 노선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모스크미투 운동으로 무슬림 여성들이 성평등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소셜 미디어가 무슬림 여성들의 메시지 전달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엘타하위는 “소셜 미디어는 지금 여성들에게 플랫폼이자 확성기”라고 설명했다.
가부장적 권력이 이슬람권을 미투 운동 이전으로 되돌릴 가능성은 없을까. 그는 소셜 미디어라는 수단을 손에 넣은 여성들을 이전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엘타하위는 “메카에서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유한 지 몇 시간 만에 사람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내 이야기는 우르드어, 터키어, 아랍어, 프랑스어, 독일어로 퍼져나갔다. 이제 여성에게는 수단이 있다. 되돌릴 수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슬람교가 성 평등과 양립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나는 페미니스트이자 무슬림으로서 두 정체성을 항상 연관 짓지는 않는다”며 “이슬람 페미니즘이라 불리는 운동은 분명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이슬람권에 성 평등을 확산시키기 위한 선결과제로 ‘성에 대한 금기를 깨는 사회적 토론’을 꼽았다. 엘타하위는 “무슬림 여성들은 ‘나는 누구와도 성관계를 가질 수 있기를 원한다’는 말과 ‘나를 공격하거나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할 경우, 이것은 강간’이라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성별에 따른 종교적 역할을 구분하는 코란과 페미니즘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내게 히잡 없이 기도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코란이나 하디즈 구절이 없어도 나는 그것이 옳은 일임을 안다. 나는 이것이 성 평등을 위해 효과적인 투쟁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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