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승부수를 던졌다. 미국을 상대로다.
북한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특사로 하는 대북특별사절단에게 한반도 비핵화 의지와 함께 북미대화 용의를 밝혔다. 대화 기간 전략도발을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전격적이었다.
파격은 계속됐다. 김 위원장은 남측 사절단 손에 미국에 전달할 친서를 들려 보냈다.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 의사를 담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북으로 초청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을 갖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을 이끌어냈다.
김 위원장은 2011년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며 권력을 이어받았다. 겨우 27세에 불과한 나이. 유학파 출신 젊은 지도자라는 점에서 북한 사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 거라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젊은 지도자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는 공포정치로 빠르게 권력을 장악했다. 집권 이듬해에는 사실상 2인자로 여겨지던 고모부 장성택을 죽였고, 2015년 4월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공개 처형했다.
핵ㆍ미사일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2012년 4월 장거리 로켓 은하 3호 발사를 시작으로 미사일 도발을 거듭했다. 지난해 11월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 주장하는 화성-15형을 쏘아 올리며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그의 권력 기반은 대내외적으로 공고해졌다.
자신감의 반영일까. 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대북특사단은 “솔직하고 대담하더라”고 평했다. 살가운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직접 접견ㆍ만찬장 앞까지 나와 대북특사단을 맞았고, 손을 흔들어 배웅하기도 했다. 이전 지도자가 보였던 고압적 태도는 없었다.
그런 그가 이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선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상당한 타격을 입은 ‘핵ㆍ경제 병진노선’의 또 다른 축, 경제 문제를 풀기 위해서다. 그의 손에는 ‘한반도 평화’라는 카드가 쥐어져 있다. 게임은 어떻게 흘러갈까.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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