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 따라하는 평소 버릇 때문
과거 사진 봐도 자세 늘 비슷
“계산된 전략적 행동” 해석도
실수일까, 계산된 행동일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과의 기념 촬영에서 뒷짐을 진 게 외교적 결례라는 주장이 보수진영 일각에서 제기됐다. 공식 석상에선 부적절한 자세라는 게 비판의 요지인데, 오히려 김 위원장이 ‘보여주기’ 식으로 계산된 행동을 취했다는 분석이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버릇을 자연스럽게 따라 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결례라는 주장을 제기한 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였다. 김 전 지사는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청와대가 공개한 김 위원장과 대북 특사단 기념 사진을 올리고 “모욕감을 참기 힘들다”고 썼다. 촬영자 중 유일하게 뒷짐을 진 김 위원장이 특사단을 향해 거만 떠는 것 같다는 지적이었다. 김 전 지사는 “일제 식민지 시대에도 볼 수 없었던 비참한 나라 꼴”이라며 “그래도 감지덕지하는 종북정권이 더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지사의 글 아래에는 7일 오후 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린 상태다. 김 전 지사의 생각과 비슷한 의견들이 많았다. “어린 놈이 예의가 없다”,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는 식이다. 김 전 지사의 글은 페북에서 7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고, 150회 넘게 공유되며 눈길을 끌었다.
김 전 지사의 주장은 얼마나 타당성이 있을까?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날 “뒷짐이 특사단 무시, 홀대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예전부터 김 위원장은 늘 뒷짐진 자세를 취했다”고 말했다. 평소 버릇이 습관처럼 나왔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백두산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김 위원장 사진을 보면 뒷짐을 진 채 활짝 웃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해 3월 평북 동창리 일대에서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비슷한 표정, 비슷한 자세였다. 김 교수는 “김일성 주석의 과거 사진 속 포즈도 대체로 뒷짐을 지고 있다”며 “김일성을 닮아가는 김정은의 모습이라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김 전 위원장의 뒷짐은 대내 홍보를 고려한 계산적 행동이란 해석도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편으론) 외교적 결례라고 볼 수 있지만 노동신문에 보여지는 게 있다”며 “국민들에게 자신이 어떤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걸 과시하는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찍은 사진”이라고 분석했다. 정 위원은 특히 특사단 환담 당시 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를 대동하고, 4시간이나 대화에 임한 사실은 상당한 배려로 봐야 한다며 “김 위원장이 특사단을 격의 없이 대했는데 특정 포즈 하나로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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