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 시작하는 용기 김희창 한국어린이집 교사
“5개월 만에 40kg을 감량했습니다.”
대구 달서구 한국어린이집 김희창(36) 교사는 2년 전 40kg을 감량했다. 하루 2시간 이상 러닝 머신을 하고 세 끼를 닭가슴살과 삶은 달걀만 먹었다. 입에서 닭 냄새가 풀풀 날 지경이었다. 반년도 되지 않아 120kg에 육박했던 그는 81kg까지 감량했다.
그가 살을 빼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어린이집 아이들 때문이었다. 고도비만으로 쭈그리고 앉는 것은 물론 아이들과 어울리는데도 힘들었다. 교사가 비만이면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 같아 죽을 각오로 살을 뺐다. 그 덕에 건강과 열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유아 시절의 사소한 습관이 인생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아이들이 겪지 않게 하려고 어린이집 교사가 되었습니다. 살을 뺀 것도 좋은 모범이 되고 싶어서 였습니다.”
그는 아쉬운 시간이 유달리 많다. 고교 시절 의대 진학을 생각할 만큼 성적이 좋았다. 아이큐 156에다 멘사 회원이다. 어릴 때는 ‘신동’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시험은 거저 먹기였다. 시험 유형과 난이도를 미리 파악해 공부할 정도였다. 그해 수능도 쉽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유형을 미리 파악해 공부했다. 하지만 의대 합격선이 30점 이상 떨어질 정도로 어렵게 출제되었다. 머리만 믿고 여유를 부렸던 그의 성적은 바닥을 쳤고 의대의 꿈도 포기해야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운이 나빴다고 생각했다.
어린이집 교사로 눈을 돌린 것은 지방대를 졸업 후 학원 강사를 할 때였다. 그의 눈에는 사소하지만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못해 애를 먹는 학생들이 보였다. 마치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어린 시절 이런 습관을 누군가 고쳐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보육교사와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년 전, 뒤늦게 어린이집 교사가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180센티의 키에 120kg이 넘는 거구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리곤 했다. 교육은커녕 어르고 달래지도 못했다. 심지어 남자 선생님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는 학부형들도 있었다. 그는 자신과 아이들을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무리한 탓에 관절에 이상이 생겨 무릎치료까지 받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5개월이 채 되지 않아 40kg이상 감량했다. 외모도 변하면서 눈높이를 맞추자 아이들이 먼저 스스럼없이 다가왔다.
“어릴 때 어떤 교사를 만나 어떤 습관을 지니느냐에 따라 미래가 바뀔 수 있습니다. 유아교육은 각도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출발은 1°의 차이가 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점점 커지기 때문에 조기교육을 하는 자부심이 누구보다 크다고 자부합니다.”
김 교사의 다음 목표는 자신만의 교육 철학을 반영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는 “제자가 스승의 머리 꼭대기에 있어도 습관이 안 좋으면 목표는 이룰 수 없다”며 “자신과 같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훌륭한 습관을 만들어주는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이 마쳐도 그의 일은 끝나지 않는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과 새로운 아이디어 교육을 구상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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