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패럴림픽 개회식
의족 아이스하키 한민수 선수
성화 가파른 고개 줄 잡고 등반
컬링 은메달 ‘안경선배’ 김은정
휠체어컬링 서순석과 최종 점화
동강 재연 길 따라 영웅들 발걸음
열정과 동행.
전세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겨울 축제,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의 막이 올랐다. 평창패럴림픽은 9일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을 시작으로 18일까지 열흘 간 펼쳐진다.
개회식은 오후 8시부터 약 두 시간 동안 ‘열정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Passion Moves Us)’는 주제로 진행됐다. 의수의족장애인인 신명진이 큰 북을 두드리며 얼어붙은 세상을 깨웠고 한국 최초 패럴림픽 메달리스트인 알파인스키 한상민,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선수 위원인 홍석만 등 8명의 장애인 스포츠 영웅들이 대형 태극기를 들고 등장했다. 이들은 강원도 동강을 재연한 길을 따라 조금 느리지만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애국가 제창에 이어 각국 선수단은 국가명의 한국 자음 순서에 따라 입장했다. 북한은 정식 국가명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철자에 따라 일본에 이은 34번째로 나섰다. 한반도기의 독도 표기 문제로 남북 공동입장이 무산돼 올림픽 때처럼 남북 공동 기수가 함께 들어오는 감동은 없었지만 관중들은 큰 박수로 동계 패럴림픽에 처음 참가한 북한 선수단을 축하했다. 북한 기수인 장애인 노르딕 스키 김정현(18)도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개최국 한국은 가장 마지막인 49번째로 들어왔다. 기수를 맡은 장애인 노르딕스키 신의현(37ㆍ창성건설)이 대형 태극기를 들었고 한국 선수단은 아리랑 곡조에 맞춰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선수단 입장 때는 한 달 전 평창올림픽 개회식 때 큰 화제를 모았던 자원봉사자들의 ‘무한 댄스’가 재현됐다. 흰색 외투에 청바지, 흰색 부츠를 신은 자원봉사자들은 다양한 율동으로 선수단 입장 내내 흥을 돋웠다.
하늘은 이번에도 ‘평창’을 도왔다. 개회식 하루 전까지 폭설이 내렸고 기온이 크게 떨어져 한파 대란 우려를 낳았지만 개회식 시작 땐 기온이 영상을 웃돌았고 평창올림픽 개회식과 마찬가지로 큰 탈 없이 마무리됐다.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앤드류 파슨스 IPC 위원장의 연설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개회 선언으로 대회가 공식 개막을 알렸다.
잠시 후 장애인노르딕 스키 대한민국 국가대표 최보규(24ㆍ시각장애)와 북한 국가대표 마유철(27)이 성화봉을 사이 좋게 맞잡고 스타디움으로 들어왔다. 캐나다 출신 캐스퍼 위즈(66) 노르딕 스키 감독이 휠체어를 탄 서보라미(30)와 함께 성화를 이어받았고 6가지 희귀난치병을 지닌 박은총 군과 함께 철인3종에 도전한 불굴의 아버지 박지훈 씨 부자가 함께 성화를 봉송했다. 이어 장애인 알파인스키 양재림(29)과 그의 가이드러너인 고운소리(23)에게 성화가 넘겨졌다.
꼭 한 달 전 동계올림픽 개회식 때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박종아(남)-정수현(북)이 밟았던 희망의 계단 앞에 양재림과 고운소리가 섰다. 경기 중 한 몸처럼 움직이는 두 사람은 침착하게 한 발 한 발 계단을 올랐다. 계단 중턱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선수는 장애인 아이스하키 주장이자 19년째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베테랑 한민수(48). 한민수가 성화를 등에 매고 줄 하나에 의지해 경사진 슬로프를 오르는 모습을 관중들은 숨을 죽인 채 지켜봤다. 이윽고 그가 정상에서 오른 뒤, 최종 점화자로 평창올림픽이 낳은 최고의 스타인 ‘안경선배’ 김은정(28)과 휠체어 컬링 대표팀 주장 서순석(47)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자 컬링의 평창 신화를 휠체어 컬링이 잇겠다는 의미였다. 이들이 붙인 불로 마침내 성화가 타올랐고 올림픽스타디움 위로 화려한 불꽃이 터졌다. 소프라노 조수미와 가수 소향은 패럴림픽 주제가인 ‘평창, 이곳에 하나로(Here as ONE)’를 열창했다.
각국 선수들은 10일부터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를 시작한다.
평창=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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