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참여율 저조, 최소 의결 정족수 25%에 1.2% 부족
상장協, ‘3%룰’로 올해만 93개사 감사 선임 불발 우려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인 영진약품이 주주총회 참여율 저조로 감사위원 선임에 실패했다.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제도)’이 폐지된 뒤 의결 정족수 미달로 주총 안건 통과가 불발된 첫 사례다.
영진약품은 9일 서울 송파구 국민연금공단 송파지사에서 열린 주총에서 감사위원 선임 안건 의결에 실패했다. 감사위원 선임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의결권이 있는 전체 지분(50.55%)의 25%를 확보해야 했지만, 이날 영진약품은 대주주인 KT&G 지분을 포함 23.8%의 참여를 이끄는 데 그쳤다. 안건 통과에 1.2%포인트 가량 부족했던 것이다.
의결 실패는 소액주주들의 참여율 저조가 결정적이었다. 영진약품은 KT&G가 52.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은 47.55%다. 특히 감사위원 선임 안건의 경우, 대주주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돼 있어 소액주주들의 참여 없이는 안건 통과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영진약품은 이날 의결 실패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상장사가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해 감사위원회가 상법상 구성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 경우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한국거래소는 정족수 부족에 따른 감사위원 선임 실패로 관리종목 지정이 대폭 늘어날 것에 대비, 지난해 말 ‘상장법인이 주주총회 성립을 위해 전자투표제도 도입 등 세칙으로 정하는 노력을 한 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거래소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관리종목에 지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은 달아놓은 상태다.
영진약품 측은 “주총분산 프로그램 참여, 전자투표, 의결권 대리 권유 등 의결권 확보를 위해 노력했지만 부결됐다”며 “최대한 빨리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감사위원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섀도보팅은 투자자를 대신해 주식을 관리하는 예탁결제원이 상장사 요청을 있을 경우 주총에서 찬반 비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투표해 의결 정족수를 채우는 제도다. 섀도보팅은 2014년에 3년 유예 결정을 받은 뒤 지난 해 말 완전 폐지됐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는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되면 일부 상장사가 주총에서 결정해야 할 안건들을 처리하지 못할 수 있다고 이미 우려한 바 있다.
특히 업계에선 이날 영진약품 사례처럼 ‘3%룰’로 인해 감사ㆍ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연이어 부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상장회사협의회는 소액주주의 평균 의결권 행사율(1.88%)을 고려할 때 코스피ㆍ코스닥 상장사 중 93개사가 올해 주총에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을 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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