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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개최 제안한 트럼프, 정의용 “남북회담 후” 설득에 5월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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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개최 제안한 트럼프, 정의용 “남북회담 후” 설득에 5월로 결정

입력
2018.03.09 18: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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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특사단 美 관료들과 회동 중 호출

예상보다 하루 먼저 속전속결 면담

트럼프, 45분간 면담 후 아베와 통화

특사단에 직접 발표 맡겨 ‘깜짝쇼’

#2

정의용에 같은 높이 좌석 제공 등

홍석현 특사 때보다 예우 높여

정의용(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ㆍ연합뉴스
정의용(왼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ㆍ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대북 특사단이 방미 일정 첫날인 8일(현지시간)부터 ‘북미 정상회담 개최’라는 깜짝 발표를 내놓기까지는 드라마틱한 상황이 연속됐다. 당초 9일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이 갑자기 앞당겨지면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발표까지 모든 일정이 속전속결과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백악관은 지난해 홍석현 특사 때와는 달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는 자리를 제공, 예우를 다했다.

8일(현지시간) 오전 9시50분쯤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입국장에서 기다리던 한국 특파원들을 만나지 않은 채 곧바로 모처로 이동했다. 이어 오후 2시30분부터 백악관 내 회의실에서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지나 하스펠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각각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 면담은 유동적이었다. 그러다 오후 4시를 전후해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 호출이 떨어졌다. 철강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 서명식을 마치자마자 특사단에게 ‘집무실로 와 달라’고 한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맥매스터 보좌관 등과의 면담 이후 트럼프 정부 각료들과의 만남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전갈이 온 것”이라고 전했다. 덕분에 미 각료들과의 회동은 예정된 1시간에서 45분으로 줄어들었고, 특사단은 오후 4시15분쯤 대통령 집무실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격 면담은 약 45분 간 이뤄졌다. 특사단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전해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망설임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하는 열망이 크다”는 정 실장 말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하겠다”고 화답했다. 뉴욕타임스는 행정부 고위 관료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수락 직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통화를 나눴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할 계획도 세웠다”고 전했다.

회담 시점이 5월 안으로 발표되긴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좀 더 빨리 만나기를 희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대변인은 “처음에는 4월 이야기가 나왔는데, 우선 남북이 만난 후에 북미가 만나는 게 좋겠다고 정 실장이 말해 5월로 늦춰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 공개도 파격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 수락 사실을 특사단이 직접 백악관에서 발표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제안이었다. 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특사단에게) 여기까지 온 김에 한국 대표 이름으로 직접 백악관에서 발표해달라고 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께 보고할 경황이 없어 일단 수락한 뒤, 2시간가량 맥매스터 보좌관 방에서 문안을 조율했고, 그 이후 문 대통령에게 합의된 문안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언론의 분위기를 띄우는데도 일조했다. 오후 5시쯤 백악관 기자실을 깜짝 방문했다. “한국이 오후 7시(한국시간 9일 오전 9시)에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직접 알렸다. 미 언론들은 곧바로 이를 속보로 전하면서 ‘북한 관련 내용’이라고 긴급 타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특사단이 다른 관료들과 만나고 있을 때 갑자기 불러 면담을 하는 등 내막을 살펴보면 우연적으로(haphazardly) 이뤄진 측면이 있다”며 “언론에도 ‘북미대화 성사’의 역사적 중요성을 착각하게 만들 만큼 즉흥적으로 공개했다”고 평가했다.

홍석현(왼쪽) 특사가 지난해 5월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운데)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ㆍ연합뉴스
홍석현(왼쪽) 특사가 지난해 5월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운데)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ㆍ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사안의 중대성만큼이나 백악관은 정 실장 일행에게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예우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홍석현 특사 일행이 방문했을 때에는 면담 일정을 제때 잡아주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책상에 앉고 특사단은 백악관 참모들과 서있는 사진이 공개돼 ‘굴욕외교’라는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둘러 정 실장 일행을 만났을 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특사라는 지위에 걸맞게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높이에서 좌석을 제공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 정상회담에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평가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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