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방화미수 혐의 40대 구속영장
안전경비원은 담 넘는 모습 못 봐
방화범 “교통사고 보험금 적어 홧김에…”
‘보물 1호’인 흥인지문(동대문)에서 9일 새벽 방화로 불이 났으나 우연히 이를 목격한 행인 신고와 문화재 안전경비원의 신속한 대응으로 ‘제2의 숭례문 참사’를 막았다. 경찰은 흥인지문에 불을 저지르려던 장모(43ㆍ무직)씨에 대해 공용건조물 방화 미수, 문화재 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장씨는 이날 오전 1시 49분쯤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 출입문 옆 벽면을 타고 내부로 진입, 2층 누각에서 종이박스에 불을 붙인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니었으며 교통사고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홧김에 불을 붙였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시 “흥인지문으로 누군가 올라가고 있다”는 행인의 112 신고를 접수, 흥인지문 관리사무소에 관련 내용을 즉시 통보한 뒤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은 문화재 안전경비원 2명은 장씨가 종이박스에 불을 붙이는 모습을 발견, 주변에 비치된 소화기로 불을 껐으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함께 장씨를 제압했다.
신속한 대응으로 불은 4~5분 만에 꺼졌고 흥인지문 1층 협문(정문에 딸린 작은 문) 옆 담장 내부 벽면이 일부 그을리는 피해가 발생했다. 경찰은 박스의 불이 다른 곳으로 옮겨 붙지 않아 방화 대신, 방화 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이날 화재가 대형 참사로 번지는 것을 막는 데는 2008년 2월 ‘숭례문 화재’ 이후 24시간 근무체계로 배치된 문화재 안전경비원 외에 행인 신고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현장에 폐쇄회로(CC)TV가 12대나 설치됐지만 어두운 새벽이라 장씨가 담벼락을 넘는 모습을 경비원들이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흥인지문에는 안전경비원 12명이 4교대로 배치됐으며, 화재 당시에는 3명이 근무했다. 옥외소화전 4개, 소화기 21대, 불꽃 감지기가 설치돼 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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