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북미 정세에 선제 대응
서훈 방일 때 강경 입장 전할 듯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9일 “4월에 미국을 방문해 미일정상회담을 하자는 것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뒤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히고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화의사를 표명했다. 이런 변화를 평가한다”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제안 및 트럼프 대통령의 수용에 관한 입장을 내놓았다. 아베 총리가 북미간 움직임과 동시에 자신의 미국행을 밝힌 것은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일본의 이익이 영향받지 않도록 발 빠른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현 상황을 “국제사회가 고도의 압력을 계속 가한 성과”라고 재차 규정했다. 이어 “핵·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를 위해 북한이 구체적 행동을 취할 때까지 최대한 압력을 가해 나간다는 미일의 입장에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일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100% 함께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을 일치했다”면서 자신의 4월 방미 계획을 밝혔다.
아베 총리의 신속한 대응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놓고 미일이 결속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그리고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한층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납치 문제에 대한 노력을 당부한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아베 총리의 이야기를 충분히 잘 안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언론은 이날 미국발 소식을 일제히 긴급 속보로 전했다. NHK는 한국 정부 고위관료의 발표라며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이라는 소식을 자막으로 전했다. NHK는 잠시 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응할 의향”이라는 소식도 추가로 전했다. 교도(共同)통신은 일반적으로 중요한 뉴스를 전할 때 사용하는 속보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플래시’로 분류한 긴급뉴스로 “트럼프 대통령이 5월 김 위원장과 회담 의향”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북미정상회담이 실현되면 이번이 처음으로, 한반도 정세는 중대국면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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