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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첫 구조조정 “생존능력 없으면 지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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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첫 구조조정 “생존능력 없으면 지원도 없다”

입력
2018.03.09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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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동안 지원 불구 부실 연명

성동조선 법정관리 초강수

M&A 등 실패 땐 청산까지 염두

수주 잔량ㆍ자금 남은 STX조선엔

40% 인력 감축 등 자구안 요구

한달 기한 넘기면 법정관리 강행

통영ㆍ군산에 2400억 긴급 지원

정부가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에 대해 구조조정 초강수를 뒀다. STX조선해양은 한 달 안에 40% 이상의 인력 감축 등 강도 높은 자구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8년간의 지원에도 회생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 성동조선은 법정관리를 받게 됐다. 일자리 유지에 급급해 부실 ‘좀비기업’을 연명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온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강도 높은 첫 구조조정안을 내놓으며 ‘독자 생존 능력이 없는 회사는 살리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STX조선과 성동조선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8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이 같은 내용의 중견조선소 처리방안을 발표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STX조선은 4월9일까지 컨설팅 수준 이상의 자구계획과 사업 재편 방안에 대한 ‘노사확약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자구안을 내놓지 않거나 내용이 미흡하면 곧 바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컨설팅에서 STX조선은 중국과 베트남 등과의 경쟁 심화 및 기술 격차 축소, 원가 경쟁력 상실 등으로 정상화가 불확실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만 채권단은 STX조선이 ▦2월 말 기준 가용 자금 1,475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16척의 수주 잔량이 있으며 ▦주력 선종인 소형 액화천연가스(LNG)선의 업황이 다소 회복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당장 법정관리로 보내진 않기로 했다. 그러나 산은은 한 달의 시간 외 추가적으로 ‘시간 끌기’는 없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회생의 전제 조건은 노사 간 합의된 ‘고강도 자구계획 및 사업재편 방안’”이라며 “컨설팅에선 전체(약 1,350명)의 40% 인력을 감축해 생산원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시했지만 채권단은 추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컨설팅에서는 구체적으로 생산직군(700여명)의 경우 75%(180여명)를 정리해야 생산원가 감축에 의미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STX조선이 금호타이어와는 상황과 조건이 전혀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자금 투입 유무가 쟁점이 아니라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문제란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또 산은은 노사 자구안이 받아들여지더라도 더 이상의 신규 자금 지원은 없고, 선수금환급보증(RGㆍ조선사가 선주에게 선수금을 받을 때 필요한 금융회사의 보증서로, 선박 인도에 문제가 생길 경우 금융회사가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겠다고 약정하는 것) 역시 무조건 발급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동조선은 즉각적인 법정관리행이 결정됐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의 은성수 행장은 “8년간 채권단이 신규자금과 출자전환 등으로 9조6,000억원의 금융지원을 쏟아 부었지만 성동조선의 주력 선종인 중대형 탱커의 수주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수리조선소나 블록공장으로의 특화도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된다”며 “자본잠식(-1조4,306억원)이 심해져 독자 생존이 희박하다고 결론 냈다”고 밝혔다. 이대로 뒀다간 유동성 부족으로 2분기 부도가 우려돼 법정관리가 불가피했다는 게 채권단의 설명이다.

예상보다 센 구조조정 강도에 조선업계에선 성동조선의 법정관리가 사실상 청산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성동조선이 회생에 무게 중심을 두는 P플랜(법원 주도의 부채탕감과 채권단의 자금 지원 병행) 대신 법정관리(법원이 회생과 청산 여부 결정)를 밟게 됐기 때문이다. 은 행장도 “현재로선 회생과 파산을 논할 수 없다”면서도 “회생 가능성이 있으면 P플랜을 고려했겠지만 신규자금지원으로 살 수 있다고 보지 않아 법정관리를 택했다”고 말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 채무재조정과 자산매각 절차 등으로 몸집을 줄인 뒤 인수합병(M&A)이나 사업전환을 추진하겠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청산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채권단은 이날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면 살리지 않는다’는 구조조정의 기본 원칙을 여러 차례 부각시켰다. 조선 산업 생태계의 붕괴를 우려해 STX조선은 어떻게든 살릴 것이란 억측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성주영 산은 구조조정부문 부행장은 “조선 산업 생태계 보존보다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남 통영과 한국GMㆍ현대중공업의 공장 폐쇄로 지역 경제에 비상이 걸린 전북 군산에 2,4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선 ▦1,300억원 규모의 ‘협력업체 특별보증 프로그램’ 신설 ▦5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특별경영안정자금’ 신규 편성 ▦지역신용보증재단의 특례보증 600억원 확대 방안 등이 담긴 1단계 지원 대책이 발표됐다. 정책금융 대출 1년 만기 연장 및 원금 상환 유예 조치도 이뤄진다. 세금, 사회보험료 체납처분 유예 등 비용 부담 완화 대책도 추진된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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